[사설] “법률적 문제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건가

2024. 11. 2.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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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국회의원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육성 통화가 공개된 지 이틀이 지났다.

그러나 여권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제시하는 대신 윤 대통령의 통화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공천 개입은 아니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지인들에게 들려주면서 자신이 윤 대통령 부부를 통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관철시켰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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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객관적 사실 규명이 우선
지지율 17∼19%로 추락
국민일보DB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의원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육성 통화가 공개된 지 이틀이 지났다. 윤 대통령의 통화 내용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별 문제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여권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명태균씨에게 전한 것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제시하는 대신 윤 대통령의 통화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공천 개입은 아니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어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이후 매몰차게 명씨와 연락을 끊었는데 김건희 여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다가 취임식 전날 전화가 와서 덕담을 건넨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 좀 해줘라 그랬다”는 윤 대통령의 육성은 덕담으로 보기 어렵다. 김 전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면 윤 대통령의 말이 덕담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화 다음 날 국민의힘은 실제 김 전 의원을 공천했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지인들에게 들려주면서 자신이 윤 대통령 부부를 통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관철시켰다고 자랑했다. 김 전 의원도 자신의 보좌관인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명씨 덕에 공천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만일 윤 대통령이 덕담만 하고 실제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 공관위 심사가 외부의 간섭을 일절 받지 않고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걸 객관적으로 입증하면 된다. 당시 공관위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통화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당시 당선인 신분이어서 선거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 아니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법률적 문제는 사실관계가 확정된 뒤 따져봐야 한다. 당선인을 민간인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당에 요청한 게 사실이라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하루가 지나면 대통령에 취임하는 최고 권력자의 요청을 누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19%로 추락했다.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는 17%였다. 진솔한 해명과 획기적인 수습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지지율은 끝 모르고 떨어질 것이다. 민심의 무서움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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