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발견] 동네의 내일을 바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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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행사에 지방 소멸 관련 토론자로 참석했는데, 토론자 중 한 명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의점'이라는 별명을 가진 일본 미라이편의점을 만든 후지타 야스시씨였다.
한국의 지역 창업가들 사이에서 미라이편의점은 꽤나 유명하다.
우리보다 조금 앞서 지역 소멸 위기가 시작된 일본에서 미라이편의점은 지방을 살리고 지역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좋은 예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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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행사에 지방 소멸 관련 토론자로 참석했는데, 토론자 중 한 명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의점’이라는 별명을 가진 일본 미라이편의점을 만든 후지타 야스시씨였다.
한국의 지역 창업가들 사이에서 미라이편의점은 꽤나 유명하다. 미라이편의점은 일본 도쿠시마현의 중산간 마을인 기토에 위치했는데, 900여명 마을 주민의 절반 정도가 유자를 재배할 정도로 유자가 특산품인 곳이다. 기토에서 나고 자란 후지타씨 역시 여느 청년들처럼 도시로 나갔고 창업했으며 도쿄증시의 상장 기업으로 일궈냈다. 그는 발표를 통해 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편의점을 만들게 됐는지 설명했는데 시작은, 2017년 고향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오래 전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 위기에 처해지자 대책위를 이끌며 결국 백지화를 이뤄낸 분이었다.
그렇게 지켜낸 고향이 인구 소멸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그를 고향으로 달려가게 했다. 기토로 돌아와 회사를 만들고 마을을 브랜딩하기 시작했다. 마을 자원으로 상품을 만들어 전국으로 내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방법을 고민했고, 지역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방문자를 위해 유자 디저트 카페, 작은 리조트와 레스토랑, 캠핑장을 만들고 유자 재배와 수확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공간과 콘텐츠를 만들면서 그가 가장 신경쓴 것은 결국 디자인. 2020년에는 일본 최고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라이편의점을 만들었다. 편의점은 관광객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편의점이 생긴 후 마을 노인과 어린이는 차로 1시간 거리의 슈퍼마켓을 찾지 않아도 됐다. 편의점 이름이 ‘미래’(未來, 미라이)가 된 이유 역시 마을의 미래인 아이들 시선으로 편의점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편의점 내 유자 제품은 마을 주민들이 만들어 직접 공급한다. 주민들이 마을에서의 삶을 즐기고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 여기에 마을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마을 아이들은 방과후 으레 편의점으로 온다. 카페에 앉아 공부하거나 자연스레 외부인과 어울린다. 편의점은 마을 사람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편의점 방문을 위해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의 목적지가 됐다.
우리보다 조금 앞서 지역 소멸 위기가 시작된 일본에서 미라이편의점은 지방을 살리고 지역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좋은 예로 손꼽힌다. 물론 편의점 하나로 소멸 위험의 마을을 완전히 구해낼 순 없을 것이다. 처음 기토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1000명이던 거주민 수는 지금 900명으로 줄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마을을 방문하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이 훨씬 많아졌으며, 소멸의 속도는 훨씬 느려졌다. 단단하고 질 좋은 콘텐츠 하나가 지역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그 편의점이 없었더라면 지금 후지타씨의 고향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고선영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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