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해서 다시 올게요”…사장님 마음 붙잡은 쪽지 [아살세]

박주원 2024. 11.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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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삶의 원동력이 되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A씨는 다시 다급히 뛰어나가 청년에게 봉투를 건네며 "학생에게 이런 걸 받을 수는 없다. 마음은 고맙지만 다시 가져가라"고 말했죠.

그러자 그 청년은 "자신의 마음이니 받아 달라"며 "내년 3월에 복학을 하니 그때 다시 가게에 오겠다"고 말한 뒤 떠났다고 합니다.

편지를 쓴 청년이 사장님의 친절함 덕분에 힘든 군 생활을 버텼듯이 사장님도 그 청년의 마음에 다시 힘을 얻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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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 전 식사하러 왔던 학생에 무료 음식 준 식당에
감사 표현하고 떠난 학생 “사장님 친절함에 군 버텼다”
식당 사장은 “장사 버틸 힘 얻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한 일식당에 청년이 두고 간 쪽지. 식당 주인 A씨 제공.


우리는 종종 삶의 원동력이 되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A씨도 최근 이 같은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지난달 29일 A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혼자 식사하러 왔던 청년이 떠난 자리에 봉투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손님이 놓고 간 물건이라 생각하고 황급히 쫓아나갔지만, 청년은 이미 떠난 뒤였습니다.

가게로 돌아와 다시 봉투를 찬찬히 살폈습니다. 봉투에는 손편지가 적힌 메모가 붙어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절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음식점에 신세를 진 학생입니다”라고 시작했죠.

편지에 따르면 A씨 식당 인근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청년은 재작년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 손님이었습니다. 당시 A씨는 그런 학생의 음식값을 받지 않고 따뜻하게 격려를 했다고 합니다. 군에 입대하는 청년에게 음식을 대접한 거죠. 편지엔 “사장님의 친절함을 떠올리며 힘든 군 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익명의 청년이 A씨 가게에 두고 간 봉투안엔 현금 5만원이 담겨 있었다. A씨 제공


봉투를 열어보니 현금 5만원도 들어 있었습니다. A씨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두고 간 물건인 줄 알았는데 봉투에 붙은 메모를 보니 청년이 우리 가게에 주고 간 것이었다”면서 “바로 쫓아나갔지만 청년이 떠나고 없었는데 다행히 잠시 후 가게 앞에 그 청년이 지나가는 걸 발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A씨는 다시 다급히 뛰어나가 청년에게 봉투를 건네며 “학생에게 이런 걸 받을 수는 없다. 마음은 고맙지만 다시 가져가라”고 말했죠. 그러자 그 청년은 “자신의 마음이니 받아 달라”며 “내년 3월에 복학을 하니 그때 다시 가게에 오겠다”고 말한 뒤 떠났다고 합니다.

청년의 그 말은 A씨 마음을 울렸습니다. A씨는 “점점 장사하기 힘들어서 내년에도 장사를 할 수 있을지 고민됐었는데, (내년 3월에 다시 온다는) 이 학생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겠다”며 웃었습니다.

편지를 쓴 청년이 사장님의 친절함 덕분에 힘든 군 생활을 버텼듯이 사장님도 그 청년의 마음에 다시 힘을 얻은 셈입니다.

사실 A씨 가게는 인근에 대학교가 있어 학생 손님이 많습니다. 그런 만큼 학생 손님에게 애정이 깊습니다. 이곳에서 9년간 가게를 운영해 온 A씨는 “손님 대부분이 학생인데, 정말 예쁘고 예의 바른 학생들이 많다”며 “그 아이들이 우리 식당에 와서 맛있게 먹고 가는 게 곧 나의 즐거움”이라고 전했습니다.

군 입대를 앞둔 학생에게 무료 식사를 준 것도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학생이 입대하러 가는 상황인 걸 알게 되면 항상 챙겨 먹이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익명을 지켜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던 A씨는 자신과 그 청년이 서로의 삶에 원동력이 됐듯, 이 사연이 또 다른 이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저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잠시라도 따뜻함을 느꼈으면 합니다. 그거면 정말 될 것 같아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주원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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