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강지영이 하고싶은 이야기
Q : 어른이 되기를 꿈꾸지만 여섯 번을 죽고 다시 살아나는 인물 ‘재이’의 삶을 다룬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은 타임 루프물이다
A : 아이가 미래로 넘어가는 관문이 얼마나 혹독한지 판타지적 세계관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 재이는 환생을 거듭하며 그 과정에서 오로지 생존이 목적이다.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는데, 이 추위와 배고픔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Q : 재이는 상담센터 상담사이자 환생을 거듭하는 ‘소영’과 연대해 종말 같은 경험을 견뎌내고 무사히 어른이 된다
A : 소영의 용기와 희생을 깨달은 뒤에 비로소 재이도 성인이 된다. 이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교범이라는 의미로 설정했다. 모성애에 기대지 않고 여성이 연대하기 위해선 서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 모든 여자가 어머니가 되는 건 아닌데 왜 우린 어머니의 희생만 숭고하게 여기는지 의아하기도 했고. 혈연이 아닌 재이와 소영을 통해 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Q :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소녀들에게 동화돼 어느새 나를 돌아보는 먹먹함이 생겼다. 작품을 쓰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나
A : 재이는 여섯 번이나 죽고 환생했다. 작중에는 죽음보다 탄생의 고통이 더 컸다는 묘사가 있다. 이 험한 세상에 나는 또 재이를 던져놓았구나 싶어 안쓰럽고 먹먹했다. 탄생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그 이면에 산모는 책임감이나 우울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오랫동안 기쁨을 과장해 출산과 탄생의 쓸쓸함을 덮지 않았을까.
Q : 작품을 통해 스스로 발견하려는 것은
A :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을 통해 성장에 대한 내 기준이 나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 한 인간을 키워내는 데는 여러 사람의 희생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게 작가인 내가 작품으로 또는 활동가로 실천해야 할 일이다.
Q : 당신이 생각하는 어른이 되는 방법은
A : 먼 여행길에 오르면 여덟 살 어린 동생에게 늘 책을 한 권 사서 읽기를 강권했다. 만약 지금이라면 기차에 앉아 잡담을 나누고 풍경을 감상하거나 음식을 사 먹었을 텐데 후회가 남는다. 나는 내가 바라는 인간형을 동생에게 고집했던 것 같다. 한 아이가 어른이 되려면 주변 사람들의 인정과 배려가 필요하다. 어른들이 태만하다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또 그 어른을 감시하는 또 다른 어른도 필요하다. 사회가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한다.
Q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비롯해 강지영의 〈심여사는 킬러〉의 유럽, 미국, 일본 등 14개국이 넘는 수출 소식은 문학계에 신선한 에너지를 블어넣었다
A : 한강 작가님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이고, 대학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작가님의 단편을 매해 읽혔다.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문학이 항상 내수용으로 활용됐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한국 작가들이 열심히 담아낸 이야기와 감수성이 해외까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Q : 또 다루고 싶은 여성의 이야기는
A : 신작 출간을 앞두고 있다. 제목은 〈인간보다 인간적인〉이고, 인간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종족에 대한 이야기다. 주요 캐릭터 모두 여성이다. 재이와 소영이 유사 가족의 한 갈래를 보여주었듯 신작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집합과 연대, 투쟁이 그려진다. 특히 액션이 강화돼 호쾌한 재미를 더할 것이다. 내 다음 세대인 재이들을 위해 앞으로도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소설을 꾸준히 써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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