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부작용도 막으려면 [취재수첩]
“회사에 피해를 주는 문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고 그 근로자의 근무처를 옮기거나 불리한 처우를 하면 사용자가 역풍(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맞는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죠.” (A기업 인사팀 관계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5주년을 맞았지만, 재계에서는 이 법이 오히려 오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직장 ‘갑질’ 행태를 개선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구축한 효과도 있었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상급자의 부서 이동을 노리는 ‘인사 민원’으로 악용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현행법상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괴롭힘 피해를 신고하면 사용자는 자체 조사 후, 근무 장소 변경 등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가운데 ‘법 위반 없음’ 처분은 3623건이었다. 2020년(1365건)보다 2.7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신고 건수가 5823건에서 1만1038건으로 1.9배가량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억울하게 신고를 당한 사용자도 적잖았을 테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민원인 한 명이 대상을 바꿔가며 22차례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사례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국정감사에서 경영계와 여당은 괴롭힘을 판별하는 요건에 ‘지속성’과 ‘반복성’을 추가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프랑스, 스웨덴, 호주 등 선진국을 참고해 괴롭힘의 정의를 명확히 해 현장 혼란을 막고, 허위 신고로 생길 수 있는 피해나 불필요한 갈등을 막자는 취지다. 허위 신고가 늘어나 신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 정작 ‘진짜’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약자를 보호하는 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법이 남용되지는 않는 균형 잡힌 판단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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