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라디오 그 회사…숏폼 드라마까지 [천억클럽]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11.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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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스푼랩스

‘퇴사를 요청합니다’ ‘오늘부터 재벌집을 파괴하겠습니다’ ‘내 남친은 찐따입니다’ ‘전학생은 좀비’.

최근 인기를 끈 숏폼 드라마 콘텐츠다. 제목부터 직설적이고 자극적이며, 콘텐츠는 일반적으로 방송에서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주제를 다룬다. 회당 길이가 1~2분 정도로 짧은 숏폼 콘텐츠 특성상 시청자 눈길을 끄는 자극적인 스토리와 매력적인 인물, 빠른 전개가 필수적이다. 그러면서 스토리를 많게는 100회까지 끌고 간다. 빠른 전개와 흥미로운 스토리가 시청자 입소문을 타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숏폼 드라마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서서히 입지를 키우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가 있다. 지난 7월 공식 론칭한 비글루는 2분 내외 숏폼 드라마 콘텐츠 전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다. 기존 OTT처럼 여러 국가의 특성에 맞춘 콘텐츠 큐레이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를 비롯해 7개 언어를 지원한다. 비글루는 다수 제작사와 협업해 현재까지 약 60개의 콘텐츠를 독점 공개했으며, 연말까지 총 130여개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비글루를 운영하는 회사는 오디오 플랫폼 ‘스푼’으로 유명한 스푼랩스다. 스푼은 지난 2016년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오디오 플랫폼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서도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회사는 스푼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숏폼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며 사명도 아예 ‘스푼라디오’에서 ‘스푼랩스’로 바꿨다. 오디오와 비디오를 아우르는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8년째 이어온 안정적인 서비스에 성장성 높은 신사업까지 진출하며 스푼랩스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푼랩스는 그동안 IMM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 굿워터캐피탈, 알토스벤처스 등 유수의 벤처캐피털(VC)을 투자자로 확보했다. 최근에는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으로부터 1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 유치액은 1870억원까지 불어났다.

스푼랩스는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지난 7월 공식 론칭했다. (스푼랩스 제공)
2년 연속 흑자 행진

해외 매출 비중 60%

스푼랩스는 LG전자 엔지니어 출신 최혁재 대표가 설립했다. 2013년 스마트폰 배터리를 교환해주는 서비스 ‘만땅’을 선보였으나, 일체형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사업이 휘청거렸다.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던 그는 2015년 라디오를 들으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방송이 대세로 자리 잡던 시기,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 편안하게 청취할 수 있는 오디오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피로감이 쌓인 현대인이 라디오를 들으며 ‘힐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이에 최 대표는 개인 DJ가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청취자와 소통하는 스푼라디오를 2016년 선보였다. DJ가 음성을 통해 일상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청취자는 채팅을 통해 소통하는 형식의 서비스다. 여기에 여러 사람의 음성을 녹음하고 청취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며 사용자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기능은 ‘좋은 글귀 따라 읽기’나 ‘노래 이어 부르기’ 등으로 활용되며 참여형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넓혔다.

스푼라디오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며 다수의 VC가 스푼랩스에 관심을 보였다. 스푼랩스는 2017년 25억원 규모 시리즈A를 시작으로 2018년 190억원 규모 시리즈B, 2019년 450억원 규모 시리즈C 등 매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면서 기업가치도 30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스푼랩스 투자사 관계자는 “스푼랩스에 투자할 당시 업계와 기존 주주로부터 최 대표의 강한 실행력과 끈기가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당시 국내 오디오 플랫폼 선도자로 빠르게 성장 중이었고 글로벌 진출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투자사 판단처럼 스푼랩스는 해외 시장 확장을 통해 성장을 거듭했다. 2017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시작으로 2018년 일본과 중동, 2019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물론 모든 국가에서 성공한 건 아니지만, 회사 실적을 보면 해외에서 거둔 성과가 두드러진다. 스푼랩스는 지난해 매출 455억원과 영업이익 64억원을 달성했다. 2022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2년 연속 성장세를 잇는 중이다. 이 기간 스푼랩스의 해외 매출 비중은 매년 60%를 웃돈다.

스푼랩스 관계자는 “글로벌 가입자 수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 3개 국가에서 2000만명 이상을 달성했다”며 “특히 해외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일본의 경우 비교적 고액 결제 이용자가 많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서비스 국가를 확장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다각화 위해 사명 변경

갈수록 치열한 숏폼 콘텐츠 경쟁

스푼랩스는 올해 큰 변화를 맞이했다.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선보이며 사명을 변경했다. 그만큼 신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크래프톤이 스푼랩스에 12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한 이유도 결국 신사업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스푼랩스의 안정적인 플랫폼 기술력과 글로벌 서비스 성공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며 “숏폼 드라마 시장 성장 가능성과 새로운 지식재산권(IP)의 원천 확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비글루가 선보일 국산 콘텐츠가 기존 드라마 시장의 한류 열풍을 숏폼 시장에서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고 덧붙였다.

다만 스푼랩스 앞에 놓인 과제도 있다. 숏폼 콘텐츠 영역은 대기업부터 해외 기업까지 다수 경쟁자가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폭스미디어가 ‘탑릴스’라는 플랫폼을 처음 선보였고, OTT 플랫폼인 왓챠도 같은 해 9월 ‘숏차’를 론칭하며 숏폼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외 코퍼스코리아, 디앤씨미디어, 리디 등도 숏폼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숏폼 드라마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스푼랩스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시장은 중국 숏폼 플랫폼이 업계 1~2위를 장악하고 있으며, 월 300억~500억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374억위안(약 6조9000억원)으로, 영화 시장의 70%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미국도 만만치 않다. 올해 1~8월 미국 상위 10개 숏폼 드라마 플랫폼 합산 매출이 3억8000만달러(약 52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푼랩스는 신규 사업 성장이 현재 당면한 가장 큰 과제”라며 “효율적으로 콘텐츠 제작 체계를 구축하고 제작사 발굴과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한 콘텐츠 소싱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특화 전략 수립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스푼 입지가 비교적 튼튼한 일본을 중심으로 점차 다양한 국가로 글로벌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북미 시장에서 성장을 목표로 한다. 스푼랩스 관계자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등 전 세계적으로 국내 콘텐츠가 인정받았더라도 새로운 숏폼 문법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숏폼 드라마 공식에 맞는 대표 콘텐츠를 발굴해 최종적으로는 북미 시장에서 성장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을 시작으로 현지 시청자를 공략한 국가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글로벌 시장을 노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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