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 점포 1000곳…고피자 앰부시 전략?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11.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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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피자...편의점서 즐기는 시대

고피자. 로봇이 굽는 1인 피자로 차별화한 브랜드다. 그렇다면 편의점에서 먹는 고피자 맛은 어떨까. 지난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일부 매장에 고피자의 전용 미니 화덕인 ‘고븐’을 설치, 고객 반응을 살폈다. 반응은 뜨거웠다. “매장에서 먹던 맛 그대로라서 자주 사 먹을 것 같다” “단순히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피자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찬사 일색이었다.

GS25가 진행한 이 실험은 결국 사업화의 길을 걷게 됐다. 올해 5월부터 전국 주요 직영점과 원하는 점주에 한해 고피자를 ‘숍인숍’ 형태로 입점시켰다. 5개월이 지났을까. 순식간에 취급 점포는 1000곳을 넘겼다. 10월 말 기준 점포당 하루 평균 4.1개의 피자가 판매되고 있으며, 누적 판매 수량은 40만개를 돌파했다.

1인 피자로 특화한 고피자. (고피자 제공)
고피자 누가 창업했나

카이스트 출신 임재원 대표 창업

창업자는 임재원 대표. 싱가포르경영대와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푸드테크 분야 혁신을 꿈꿨다. 특히 그가 좋아하는 피자에 인생을 걸기로 했다. 그는 “피자의 접근성(가격, 속도, 양)을 맥도날드처럼 높여서 누구나 빠르고, 싸고, 혼자서 피자를 먹을 수 있게 만들고자 창업했다”고 밝혔다. 시작은 푸드트럭. 서울시에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밤도깨비야시장’ 프로그램에 선발돼 첫 영업을 할 수 있었다.

창업 당시 시중에 이미 수많은 쟁쟁한 피자 브랜드가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2~3명 이상이 먹을 분량을 팔았다. 임 대표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1인 피자’에 승부를 걸자고 판단했다. 푸드트럭을 운영해보면서 1인 피자로 팔아봤더니 호응이 뜨거웠다. 창업 이듬해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푸드테크 기반 피자 회사 ‘고피자’를 만들었다.

전국구 피자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피자 조리 과정 역시 종전 업체와 달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좁은 주방에 적은 인력으로도 빠르게 맛있는 피자를 만들 수 있는 장비 개발에 나섰다. 임 대표는 “이를 위해 파베이크 도우, 고븐,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 고봇 스테이션 등의 여러 가지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피자 모양도 원형이 아닌 1인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타원형으로 차별화했다.

28㎏에 불과한 ‘고븐’도 이런 개발 수순을 거쳤다. 고븐은 가로 20㎝ 정도 초소형 전기화덕이지만 5분이면 웬만한 맛집 버금가는 피자를 만들어낸다. GS25에 들어간 모델은 전자레인지 크기의 ‘고븐 미니’로 여기서 더 작게 만든 버전이다. 편의점 직원이 첫날 출근해서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고안됐다.

임 대표는 “고피자는 현장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데, 예전 패밀리 레스토랑 식의 피자 브랜드 이후 고피자처럼 현장 취식 비율이 높은 브랜드도 드물다”고 소개했다.

이런 간편한 조리기구·시스템 덕에 일찌감치 해외 진출에도 나설 수 있었다. 국내 100여개 가맹점 외에도 고피자는 한국 밖에서만 100여개 매장을 운영한다. 올해 5월부터 흑자전환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650억원. GS, CJ, 미래에셋, 캡스톤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태국 CP그룹이 투자해 화제가 됐다.

앰부시 전략 특화

숍인숍 형태로 상생

GS25와 협업 논의는 2023년 중순부터 이뤄졌다. 신림동 매장에서 파일럿 형태로 진행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결과는 대성공. 다만 당시 오븐 크기나 전기 사용량, 연기 배출 등이 문제였다. 편의점 직원이 일일이 토핑을 올리거나 커팅도 해야 해 잡무가 많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그래서 오븐은 좀 더 작게 만들고(고븐 미니) 이미 토핑·커팅이 된 피자를 제공하는 식으로 개선했다. 이후 5월부터 본격 납품을 시작했고 5개월 만에 1000호점을 돌파했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24시간 갓 구운 피자를 판매할 수 있게 됨으로써 단순한 냉동·냉장 피자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고객 유인·재구매 효과가 생긴 셈이다. 고피자 입장에서도 1000여곳이 넘는 곳에서 고피자를 즐길 수 있게 됐으니 ‘한국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은 피자 브랜드’ 이미지를 얻게 됐다.

더불어 고피자가 전개하는 가맹점 사업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가맹점이 전국에 100여개 정도”라며 “처음에는 이해 상충을 걱정하는 시각이 많았으나 고피자 인지도, 경험치가 높아진 고객이 ‘실제 매장에서 시켜 먹어보자’는 수요로 이어지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편의점 사업을 통해 얻은 인지도와 수익을 ‘최강야구’ PPL 등 가맹점 광고를 지원(본사 전액 부담)하는 식의 선순환 성장 모델로 만든 점도 특기할 만하다.

회사 관계자는 “편의점은 매장 수는 많지만 매장당 목표하는 일 판매량이나 메뉴 다양성이 가맹점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에 편의점 매장이 지금보다 증가해도, 일반 가맹점을 국내에서 약 300개 정도까지는 출점해도 두 사업 모두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경영학계에서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앰부시 전략으로 설명한다. ‘매복’을 뜻하는 앰부시는 고피자처럼 ‘숍인숍’ 형태로 종전 유통 채널과 상생하는 모델을 뜻한다.

고피자는 편의점 외에 극장 체인에도 이 같은 전략을 적용했다. GS25와 협업하기 전 CGV와 시범 사업을 해본 바 있는데 최근 더 간소해진 오븐과 영업 방식 덕에 올해 신규로 약 10여개 매장을 CGV와 함께 열었다. 이후 스크린골프, PC방, 일반 카페 등에서도 협업 문의가 쏟아진다는 후문이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직접 개발한 ‘고븐’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고피자 제공)
해외 진출도 순항 중

일본 편의점서 관심 증폭

이미 고피자는 인도,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에 직접 진출해 있다. 특히 인도 사업이 순항한다. 10월 말 기준 60여개 매장이 운영 중이고 연말이면 70호점 돌파가 목전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매장 수로 피자 부문 3위 위상을 자랑한다. CP그룹 투자 이후 태국 사업 역시 확장 일로에 있다. 올해만 7개 점포가 문을 열었다. 고피자는 올해 기준 전체 매출의 약 35~40%가 해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더해 GS25 협업 모델로 해외에 나갈 가능성도 있다.

특히 편의점 선진국 일본에서 이 협업 모델에 관심이 뜨겁다는 전언. 임 대표는 “그 밖에 해외에 많은 주유소, 슈퍼마켓, 영화관 등을 소유한 대기업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GS와 같이 하나의 큰 리테일 체인과 손을 잡으면 단기간에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나라 사업자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고피자 측은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1인 피자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가성비 최고의 1만원대 라지 피자 등 다양한 형태의 피자 출시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알렸다.

컨설팅 회사 사이먼쿠처코리아 노정석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이 국내 대기업과 한국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그 성과를 통해 해외 기업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하는 긍정적인 사례”라며 “고피자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 이를 벤치마킹한 한국 기업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은, 만만한 피자 브랜드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국내 스타트업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서 F&B업계를 넘어 많은 스타트업들이 글로벌로 나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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