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강달러·고금리에 베팅 중 [US REPORT ‘트럼프 트레이드’ 다시 부활?]

2024. 11.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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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수혜 자산들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AP)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글로벌 금융 시장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승리를 예상하며 월가가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주)’에 출렁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접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베팅 사이트 등에서는 트럼프의 압승이 예견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자극받은 월가 큰손 일부가 대선이 열리기 전 미리 트럼프 수혜주, 달러, 채권 등을 매수하며 월가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10월 23일(현지 시간) 기준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 따르면 트럼프 승리 가능성은 63.7%까지 올라갔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승리 확률(36.1%) 대비 30%포인트 가까이 격차를 벌리고 있다. 폴리마켓은 베팅한 후보가 실제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돈을 버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그만큼 시장 밑바닥에 흐르는 민심을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다. 트럼프와 해리스 후보에서 갈팡질팡하던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잇달아 트럼프 수혜주 발굴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불법 이민과 가상자산 관련 테마주들이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불법 이민에 강경 대응 입장인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관련 업종 수익이 늘 것이라는 기대가 퍼져서다. 민간 교도소 운영사인 GEO그룹 주가는 10월에만 20% 넘게 올랐고, 트럼프 캠프 모바일 앱을 개발한 펀웨어 주가는 하루 만에 38%, 미디어 회사 트럼프미디어앤테크놀로지그룹(TMTG) 주가는 9월 말 이후 3배 가까이 뛰었다.

불법 이민·가상자산 관련주 강세

트럼프 승리를 예상하는 투자자 베팅은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약달러’를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월가에서는 트럼프 당선 시 오히려 강달러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본다. 전면적인 관세 부과와 감세 정책은 달러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논리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는 경향이 있어, 당선 시 미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인하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이 장기적인 금리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9월 중순 3.6%에서 10월 들어 4.2%를 넘겼다. 달러인덱스도 9월 말 이후 4% 가까이 상승했다.

대형 헤지펀드들은 트럼프 재선을 대비한 투자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최근 자산운용사 서드포인트는 110억달러(약 15조원) 규모 투자 자금을 트럼프 트레이드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댄 로엡 서드포인트 대표는 투자자 서한을 통해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정책이 미국 제조업과 인프라 투자를 부활시켜 원자잿값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크 다우딩 RBC블루베이자산운용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달러 가치와 채권 금리 상승에 대한 베팅을 늘렸다. 트럼프 후보가 내세운 각종 감세 카드로 세수가 줄면 재정 적자 우려가 커져 채권 금리가 튀어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 시) 특히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 대비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너무 앞서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도이체방크의 미주 지역 외환 분석 책임자인 팀 베이커는 “트럼프의 승리가 달러 강세를 초래할 수는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 현재로서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헤지펀드 리서치 기업 피포탈패스의 존 카플리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이 큰 대규모 베팅은 헤지펀드나 투자자에게 적절하지 않다”며 “여전히 운용사 다수가 과감한 베팅에는 몸을 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 홍장원 특파원 hong.j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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