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하다고 감방 갔다…'한강 20년 과선배' 마광수 죽인 그날
■ 추천! 더중플 - 시대탐구 1990년대 : 모든 오늘의 시작
「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를 딛고 시작된 1990년대엔 개인과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한편에선 양적 성장에 몰두한 과거의 내달림이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 참사를 낳았습니다. 30년이 흐른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90년대의 명암, 그중 ‘필화’ 사건부터 돌아봅니다.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 작가의 연세대 국문과 20년 선배인 고(故) 마광수 교수는 여대생 '나사라'의 섹스 라이프를 묘사한 『즐거운 사라』를 썼다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했습니다. 사라는 이제 자유로워졌을까요?
」
1992년 10월 29일 대학 중간고사가 막 끝난 무렵 이른 아침. 마광수 연세대 교수 집 전화가 울렸다. “서울지검 특수2부입니다. 조사할 게 있으니 바로 출석하십시오.” ‘그 책 때문일 테지….’ 전년에 쓴『즐거운 사라』가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판매 불가 결정을 받고 전량 수거된 데 반발해 출판사를 옮겨 재출간한 참이었다. 윤리위는 곧바로 다시 판매 금지를 결정하고 검찰에 알렸다.
나름 모범생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연세대 국문과에 수석 입학해 모든 과목을 A로 졸업했다. 26세에 등단한 뒤 2년 만에 홍익대 국문과 교수가 되자 ‘최연소 대학교수’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윤동주 시의 핵심 정서를 ‘부끄러움’으로 정의하며 학문적 인정도 받았다. 그런 인생이 한순간에 금 가기 시작했다.
오후 4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음란물 배포 및 제조 혐의.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음란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책은 ‘금서’가 돼 독자로부터 격리됐다. 서울구치소에 갇힌 신세가 됐다. 이 모든 게 불과 몇 시간 만에 진행됐다. “민주화가 된 지 언제인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무서운 박정희 정권 때도 야하다고 잡아가진 않았는데…!” 울화가 치밀었지만, 두려움도 엄습했다.
두 달 뒤, 마 교수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때와 장소, 상대방을 가리지 않은 각종의 난잡하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선동적인 필치로 노골적,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데다 (중략) 주로 독자의 호색적 흥미를 돋우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게 판결 요지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책의 음란성을 문제 삼아 작가를 구속, 징역까지 선고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 벌어진 순간이다.
이후 삶은 내리막. 교수직에서 해직됐다. 1998년 복직했지만 2000년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연대 학생들이 반발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다시 복직한 뒤 2016년 정년퇴직했다. 이 기간 그는 전공과목을 거의 맡지 못했다. “문단과 학계 모두 왕따예요. 요즘은 야한 게 욕이 아니잖아요. 야한 것을 다 좋아하면서도 이중적이지.” (2009년 8월 tvN 백지연의 피플 INSIDE 인터뷰)
정년퇴직 1년이 막 지났을 무렵 그는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됐다. 마 교수의 제자이자 후배였던 고운기(한양대 교수) 시인은 그가 숨지기 직전의 만남을 떠올렸다.
“돌아가시기 한 달 전이었나. 평소처럼 선생님 댁 주변 식당에서 만나 밥 먹고, 자리 옮겨서 맥주 한잔했어요. 그때 이미 술은 거의 못 하시게 됐고 위장병도 심했어요. 수면장애와 우울증도 컸고요. 그래도 그분이 버틸 수 있던 건 어머니 때문이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아프고 남한테 신세 지고, 그 책 이후로 스스로 검열하느라 글도 제대로 못 쓰고. 그런 내가 구질구질하게 오래 산다? 아마 그걸 견디지 못하셨을 거예요.”
웹툰ㆍ만화ㆍ영상ㆍ웹 소설 등 『즐거운 사라』는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노골적인 묘사가 담긴 콘텐트가 넘치는 시대, 마광수 필화 사태는 철 지난 해프닝일 뿐일까. 그렇다면 『즐거운 사라』가 2024년 지금까지 ‘금서’로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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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0년 과선배 마광수, ‘즐거운 사라’ 쓰고 감방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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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포르노 주인공이고 싶다” 그 후 25년, 서갑숙의 지금
“어떡하죠? 위에서 당장 갑숙씨 빼라고 난리예요.” 1999년 10월 22일, KBS 드라마 ‘학교’에서 음악 교사 역을 맡고 있던 내가 녹화장에 들어서자 달려온 젊은 감독이 말했다. 오다가 들은 뉴스가 머리를 스쳤다. ‘교보문고, 서갑숙 성 고백서 전량 반품 결정’.
멍하니 있는 나에게 이번엔 동료 여배우들이 다가왔다. “언니 어떡해. 위에 올라가서 잘못했다고 그래 봐 좀.” “함께 촬영을 못 하게 돼 서운하긴 하지만 내가 뭘 잘못한 거니?” 내 말에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동료 중 한 명이 입을 뗐다.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사고 쳐 놓고는 왜 당당하냐는 말로 들렸다.
“나는 내가 죄를 지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은 못할 것 같아.” 짧게 답하고 촬영장을 나왔다. 그때가 배우 경력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포르노그래피’라는 자극적 단어가 들어간 책을 왜 썼는지 묻는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책을 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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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써놓고 매년 고쳐 쓴다, 19살 ‘삼풍 알바생’의 그날 [참사의 기억①]
1995년 6월 29일 목요일, 그날 백화점은 이상했다. 실내 온도가 30도에 육박하는데 종일 에어컨이 나오지 않았다. 오전엔 엘리베이터 안내원으로부터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5층 에스컬레이터가 어긋나버려 운영을 안 해.”
난 백화점 지하 1층 알바생이었다. 친구가 소개한 일당 3만 원짜리 일자리. 찜통이라 손님이 뜸하던 오후 6시쯤, 식품판매대 쪽에서 누군가 우리를 불렀다. “네 갈게요~” 하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뒤편에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전등이 죄 꺼지고 굉음이 귓전을 때렸다. 사방에서 조각들이 쏟아지며 온몸을 할퀴었다. 바람이 멎자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다. 그제야 건물이 무너졌다는 걸 알았다.
친구는 찢어진 이마부터 턱까지 피투성이였고, 난 뒤통수에서 발꿈치까지 파편에 찢겨 성한 곳이 없었다. 일단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몰리는 쪽으로 무거운 몸을 옮겼다. 밖으로 향하는 좁은 통로는 아수라장이었다. 가까스로 지상에 올라서자 뿌연 먼지 사이로 부상자를 실은 작은 버스가 보였다. 버스 안에도 신음 소리가 가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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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점 한 조각, 내 딸이었다” 삼풍백화점 유족에 남은 비극 [참사의 기억②]
손영수(76)씨의 기억 속 딸은 여전히 열아홉 살이다. 딸 경아씨는 서울 은평구 여고를 나와 학교 추천으로 삼풍백화점에 취직했다. 은평구에서 식당을 하며 백반을 팔았는데, 긴급 속보 화면 속 삼풍백화점 분홍색 건물이 부서져 내렸다. “경아가 저기 있는데….”
손이 떨려 운전대를 잡을 수 없었다. 단골 택시기사가 숟가락을 내려놨다. “타세요. 갑시다.” 구조 작업을 지켜보며 밤새우길 3일. 더 기다릴 수 없었다. 직접 곡괭이를 들고 잔햇더미를 파헤쳤다. 사고수습대책본부는 나중 건물 잔해를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으로 옮겼다. 거기도 가 아이의 흔적을 찾아 헤맸다.
반년쯤 지났을까, 대책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시신 일부를 찾았는데 따님일 수 있으니 DNA를 대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 DNA가 일치했다. 딸을 만나러 간 날, 아내가 충격을 받을까 봐 혼자 들어가겠다고 했다. 막상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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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다른 ‘1990’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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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90년대 신인류 K팝 만들다, ‘강남 흑인음악’ 듀스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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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양현석·룰라에서 뉴진스까지…K팝 시작은 그 ‘나이트’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1141
」
김나한·심석용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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