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우려에 먼 ‘일·생활 균형’…10명 중 2명만 "유연근로 자유로워"

정종훈 2024. 11. 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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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연합뉴스

저출생 문제 해소를 위한 일·생활 균형 정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인사 불이익 우려 등으로 제도 활용이 여전히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10명 중 2명만 유연근로제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보는 식이다. 일·생활 균형 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인사관리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양성평등정책포럼에서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50대 남녀 근로자 2000여명을 온라인 설문 조사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대표적인 일·생활 균형 제도인 유연근로제, 육아휴직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모든 직원이 자유롭게 유연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21.7%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제 이용은 그보다 높았지만, 37.9%에 그쳤다. 사내에서 일·생활 균형을 체감하지 못 하는 근로자가 훨씬 많은 셈이다.

그나마 육아휴직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활용 여지도 커졌다.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의 절반 이상(51.3%)이 육아휴직 활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반면 유연근로는 기업 규모·업종 등과 상관없이 대체로 활용하지 못 하는 양상이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좀 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남성 근로자의 24.4%, 여성 근로자의 19%만 유연근로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육아휴직은 남성 38.3%, 여성 37.6%만 활용이 용이하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전체 근로자의 76.7%는 본인 회사를 포함한 국내 기업의 일·생활 균형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특히 여성의 80.5%가 부정적 평가를 했고, 남성의 72.9%도 같은 생각이었다. 근로자 연령대가 내려갈수록 낮게 점수를 매기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들은 육아휴직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조건(1순위 기준)으로 '휴직 후 원래 일하던 업무·근무조건으로 복귀 보장'(43.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강민정 연구위원은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사항인데도 여전히 인사 관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 등이 (휴직) 사용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연근로를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조건(1순위 기준)으론 '법 규정 통한 의무화'(38.3%) 목소리가 제일 컸다. 사내 문화 개선보다 강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육아휴직 복귀 연도에 평가 대상이 될 경우엔 '휴직 직전 받았던 등급을 활용해 인사고과를 부여해야 한다'(36.4%)는 응답이 최다였다. '다른 직원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24%), '평균 등급 부여'(15.4%) 등이 뒤를 이었다.

강 연구위원은 일·생활 균형이 자리 잡으려면 공정하고 성평등한 인사관리 제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과에 기반을 둔 평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준수 ▶인사 관리상 차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 ▶일·생활 균형 제도 사용을 전제로 한 인력관리 방안 마련 등이다. 또한 이러한 내용을 기업 현장에서 수용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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