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불꽃은 누가 쥐는가
[황융하 기자]
▲ 민주당, 윤 대통령 '김영선 공천 개입' 정황 녹취 공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 명태균씨 통화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2022년 재·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정황을 입증하는 것으로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
ⓒ 남소연 |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권력이 지녔던 도덕적 결함을 무너뜨린 대표적인 예였다. 도청이라는 비열한 수단으로 상대를 엿보던 닉슨 대통령의 권력은, 내부 고발자와 언론의 용기로 꺾이고 말았다. 수많은 이들의 침묵 뒤에 서 있던 비밀은 불꽃으로 드러나면서, 세상은 그토록 소중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금 깨달았다. 워터게이트는 역사의 한 자락에서 권력의 속성에 경고를 남겼다.
그 사건은 권력의 가면을 벗기고, 정의의 불씨를 피운 순간이었고, 우리 사회에 선명한 각인을 남겼다. 지금의 사건은 워터게이트처럼 권력의 이면을 여지없이 폭로하고 있다. 녹취라는 증거가 권력의 무거운 허물을 드러내는 순간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그동안 온갖 의혹으로 나돌던 사안들이 신빙성을 갖추어가는 중이다. 권력이 감추려 했던 거짓과 부조리는 이제 숨길 수 없는 거짓과 농단의 실체가 되어가고 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이러한 고발의 순간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교회의 성직자들이 벌인 악행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끈질긴 탐사는 권력의 보호막 뒤에 감춰져 있던 추악한 진실을 세상에 비춘다. 그들은 눈앞의 거대한 힘에 주눅 들지 않고 진실을 좇으며, 그들의 언어는 정의의 불씨가 되어 권력의 위선을 태우고야 만다.
▲ 시민들 소망 담은 '촛불' 2016년 12월 24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즉각퇴진 9차 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과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을 모아두고 있다. |
ⓒ 권우성 |
현재의 녹취 사건도 마찬가지로 권력의 단단한 외벽을 깨뜨리며 진실을 드러내야 할 의무를 상기시키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폭로가 아니라, 진실과 정의가 권력을 향해 돌진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이 사건을 통해 대중은 다시 한번, 권력에 맞서는 진실의 힘과 그것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인식하며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묻게 된다.
사건의 파문은 고요한 물결처럼 잔잔하게 퍼져가고 있다. 비록 작은 물결이지만, 권력이 그 파장을 외면하는 한, 잦아들지 않고 더 넓은 곳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이제 대중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그들의 행보 하나하나를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 권력이 감추려 했던 목소리가 어디까지 울려 퍼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 사건은 국민과 권력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며, 깨어난 대중이 권력의 균열을 감시하는 눈이 되도록 이끈다.
결국, 국민은 더 이상 장막 뒤에 가려진 신뢰에 의지하지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장엄한 구호가 아닌 소박하고 투명한 진실이다. 진실은 단단한 돌이 아니라, 금이 가면 다시 붙일 수 없는 유리와 같은 존재다. 한 번 금이 간 신뢰는 결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신뢰의 기둥이 과연 다시 세워질 수 있을지 물으며, 권력의 투명성을 다시 묻고 있다. 이번 사건은 권력의 벽을 허물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야 할 우리의 과제를 일깨운다.
진실은 창문 너머로 비치는 희미한 빛처럼 부서지기 쉬운 것이기에, 우리는 그 빛이 흐려지지 않도록 깨어있어야 한다. 작은 촛불이 언젠가 커다란 불길로 타올라, 차갑던 그 벽을 따스한 온기로 물들일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국민은 결코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그 길 위에 서서 함께 걸어갈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손길 하나로 진실의 길을 쓸어내야 한다. 촛불의 마음들이 모여 하나의 빛줄기를 만들고 퍼져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진실은 더 이상 깨질 유리가 아니라, 대중의 숨결로 이루어진 투명하고 단단한 등불이 된다. 우리의 시선이 권력의 어두운 틈을 파고들고 마음이 진실을 향해 두드릴 때, 그 너머에선 마침내 온기가 흐르고 새로운 공동체의 새벽이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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