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잔혹 살인' 박학선 1심 무기징역…"교제폭력의 극단적 형태"
지난 5월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이 교제하던 여성과 그 딸을 과도로 살해한 박학선(65)이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1일 오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 여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보내게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한다”며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 5월 이별을 통보한 전 연인 A씨의 사무실에 찾아가 A씨의 딸을 살해하고 이를 목격하고 도망가던 A씨도 쫓아가 살해했다. 범행 직후 도주해 범행에 썼던 칼과 A씨 딸의 핸드폰을 숨기기도 했고, 13시간만에 붙잡혀 구속 기소됐다.
앞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고, 유족이 “사형을 선고해달라”며 탄원한 데 대한 답변으로 재판부는 30분에 걸쳐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서 피해자의 핸드폰을 뺏고, 사무실 문을 닫고 짧은 시간 범행을 저지른 이후 도주 및 증거를 인멸한 점” 등을 짚으며 “우발 범행이 아닌 계획적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도망가는 피해자를 계단으로 3개 층이나 집요하게 쫓아가고, 아무 망설임 없이 강한 힘을 실어 목과 심장 등 급소를 찌르거나 베었고 과도 길이보다 더 깊게 찌른 상처도 있는 등 잔인성이 높다”고도 했다.
평소 A씨와 다툴 때면 ‘A와 주변 사람들을 죽여버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고, 새벽‧밤 등 하루 10번 넘게 전화를 걸고, 받지 않으면 욕설‧폭언을 하기도 했던 점 등을 들었다.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이면서 A씨와 교제하는 사실상 불륜 행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에 방해되는 딸을 살해한 것”이라며 “데이트폭력으로 지칭되는 교제 폭력이 장시간 지속되다가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된 경우로 엄벌 필요성이 제기되고 범행의 비난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하면서다.
재판부는 다만 “재범 우려도 있고, 피해 회복 가능성도 없는 중범죄로 엄벌할 필요성이 있지만 과거 사형 선고 사례 등과 비교해 봤을 때 사형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고 평생 잘못을 참회하며 여생을 보내게 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박씨는 선고를 나흘 앞두고 재판부에 ‘관대한 형을 선고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고, 박씨의 여동생과 지인들도 선처를 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흰 머리를 바짝 깎은 박씨는 이날 선고가 진행되는 30분 내내 두 손을 모으고 시선을 내리깐 채 들었고,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는 결과를 듣고도 아무 반응 없이 법정을 떠났다.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해 결과를 지켜본 피해자 A씨의 사위는 선고 직후 “핏자국을 발견해 따라가다가 숨져 있는 두 사람을 내가 처음 발견했고, 가족들은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다”며 “재판부가 ‘우발 범행이 아니다’는 점은 확실히 말해줘서 감사하지만, 항소심이 만약 진행된다면 사형선고가 꼭 내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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