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97% '초비상 사태' 온다 ... 손 놓은 윤 정부, 재빠른 일본
[오기출 기자]
▲ 2023년 4월 27일 당시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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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정책의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가 올해 1월에 발표한 '2024년 안보 위협 우선순위 조사' 보고서는 올해 미국 대선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칠 1등급 위협으로 분류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 자체가 1등급 위협이 되어 세계를 뒤흔든다는 전망이다. 이 쓰나미에 우리나라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아울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해리스의 당선에도 한국이 대비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0월 28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조지아공대 캠퍼스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 EPA/연합뉴스 |
2021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에 한국은 없었다. 그런데 2022년 9위, 2023년 8위, 올해 상반기 7위로 한국이 미국의 무역 적자국에 순위를 올리면서 트럼프의 표적이 될 것이 확실하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런 이유로 한국에게 다음 두 가지를 요구할 것이다.
첫째, 한국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트럼프에게 한국의 무역 흑자는 미국의 것을 훔친 행위로 보일 뿐이다. 미국에서 흑자를 본 한국은 무역 동맹이 아니라 무역 적수인 것이다.
지난 8월 1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 유세에서 트럼프는 "우리는 수년간 우리의 것을 도둑질해 간 나라들에게 10~2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라고 했다. 바로 그 나라에 한국이 들어가 있다.
한편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한미 무역 규범인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재논의를 요구하거나, 상황에 따라 FTA의 효력 정지도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 요구로 이어질 것이다. 무역 흑자와 미군 주둔비는 어떤 관계일까?
미국의 외교 전문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가 9월 발표한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국제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가 지난 대통령 시절(2016~2020년) 동맹국 지도자들과 만날 때 백악관 참모들이 두 가지 메모를 주었다고 한다.
그것은 ▲ 해당 동맹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국인지 또는 적자국인지 여부 ▲ 해당 동맹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군사 방위비 비중을 기록한 메모였다. 대미 무역 흑자국인데도 방위비를 트럼프의 생각보다 적게 사용한 동맹국은 미국에 무임승차한 국가로 여기며 무시했다고 이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지금 트럼프는 한국이 대미국 무역 흑자국인데도 방위비 사용에 인색한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 그가 한국을 무시하는 이유다. 지난 15일 시카고에 있는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주한 미군 주둔비로 매년 지금보다 10배인 100억 달러(약 13조 8천억 원)를 한국이 지불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동맹국인 한국을 '현금인출기'로 조롱했다.
이렇게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에 높은 보편관세와 막대한 미군 주둔비를 요구하면서 한국을 흔들어댈 것이다.
▲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10월 10일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로하이드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
ⓒ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
해리스는 당선 후 2025년 시행 예정인 '청정경쟁법'으로 수입품에 탄소 국경 조정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청정경쟁법은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알루미늄, 정유, 종이 등 12개 품목을 대상으로 미국의 탄소집약도 기준을 초과할 경우 1톤당 55달러(약 7만 6000원)의 국경세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7일에 낸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는 해리스 당선 시 청정경쟁법 대상인 철강 등 미국 수출 고탄소 제품의 큰 위기를 전망하고 있다. 2023년 미국에 약 264만 톤을 수출한 한국의 철강산업이 해리스의 당선과 함께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3.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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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도 한미동맹은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자신했다.
지난 5월 15일 특파원 간담회 자리에서 조현동 주미대사는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한미동맹은 더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의 방위비 증액에 대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인사들과 대화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 이외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없다.
지금도 트럼프가 한미동맹을 무시하고 조롱하는데, 굳건한 한미동맹 주문만 외는 것이 대책이고 대안일까? 이렇게 대책이 빈약한 윤 정부가 또 하나의 위협 요소와 마주치고 있어서 걱정이다. 그것은 미국에 수출하고 투자해온 우리나라 기업들이 맞이할 위협이다.
미국이 보편관세 10%를 부과하면 한국 수출기업들은 어떻게 될까? 2024년 2월 7일 열린 '제1차 산업투자 전략회의'에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보편관세 10% 부과 시 미국에 대한 한국 수출은 173억 8000만 달러(약 24조 1500억 원) 감소한다"라고 했다. 통계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대미국 수출기업은 2만 3805개라고 한다. 이대로 대책이 없다면 이 기업들이 위험해진다.
지난 10월 20일 <중앙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대미국 투자기업 대상으로 '미국 대선 계기 대미 투자기업의 불확실성 체감도 조사'를 했을 때, 미국 대선 이후에 대응 방안이 있다고 대답한 기업은 3.3%뿐이었다.
약 97%의 기업들이 불확실성의 위협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가장 우려하는 불확실성의 요인으로 '관세', 즉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를 지목했다.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11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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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일본 총리가 2025년 1월의 미국 대통령 취임 전에 미 대선 당선자를 만나 당면한 문제해결의 길을 만든다는 것이고, 이는 주미 일본 대사관에게 주어진 11월 5일 이후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기도 하다.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는 지난 12일 일본의 일간지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총리로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내년 미 대통령 취임 이전에 미 대선 당선인을 만나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일본은 이미 미 대선 후보들과 선제적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영자 신문인 <재팬 타임즈>는 지난 4월 24일 보도에서 올해 4월 일본 전 총리 '아소 다로'와 트럼프가 만나 우려되는 안보와 경제 현안을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2027년까지 일본의 방위비 2배 증액 구상을 칭찬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일본은 미 대선 후보와 선제적으로 현안들에 대한 신뢰를 쌓고 있다. 일본의 안보와 경제적 주도권을 위한 포석이다.
미국 대선이 한국을 뒤흔들 1등급 위협이 되고 있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에 대한 믿음 외에 대책이 없다. 이런 대책으로는 닥쳐올 위협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시바 일본 총리는 조만간 미 대선 당선인을 만나 북한에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할 것이다. 이런 평화 제안은 한국 정부가 일본보다 먼저 제안해야 정상이다. 미 대선 이후 급변할 세계에 대응할 한국의 큰 그림이 지금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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