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홍 똑같이" "홍 4% 빼", 명태균 말 그대로 바뀐 여론조사
[유지영, 복건우, 이종호, 소중한 기자]
▲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대선 경선 예비후보였던 2021년 9월 16일 1차 TV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명태균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는 이 TV 토론회에 대한 평가 등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명씨는 강혜경씨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는데, 여론조사 결과는 이 지시에 따라 바뀌었다. |
ⓒ 유성호 |
<오마이뉴스>는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9월 17일 미래한국연구소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와 원데이터를 분석한 뒤, 같은 날 공익신고자 강혜경씨와 명씨의 통화 녹음을 대조했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명씨는 원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기 위해 강씨에게 크게 두 가지를 지시한다. 하나는 "국민의힘 당 대 당 있죠. 윤(석열)하고 홍(준표)하고 똑같이"라며 '국민의힘 당내 대통령 후보 적합도(아래 후보 적합도)'에서 윤 후보와 홍 후보를 박빙으로 만들라는 지시다.
다른 하나는 "그다음에 그 TV 토론은 홍(준표)을 한 4% 빼"라며 '국민의힘 당내 대선 경선 후보 1차 토론회 의견(아래 TV 토론 의견)'에서 홍준표 후보를 낮추라는 지시다. 두 지시 모두 명씨가 조작 전 여론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래한국연구소는 같은 날 후보 적합도, TV 토론 의견 등이 포함된 여론조사를 했다. 참고로 전날인 9월 16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1차 TV토론회가 있었다.
해당 조사 보고서에는 2021년 9월 17일 하루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48명을 대상(무선 RDD 자동응답전화조사 100%)으로 여론조사를 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원데이터의 실제 응답이 완료된 샘플 수는 106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980명은 여론조사를 하지 않고 임의로 만들어진 '가짜 샘플'이었다. 2048명이란 응답자 수는 원데이터보다 2배 가까이 부풀려진 수치다.
1068명→2048명 응답자 뻥튀기
명씨의 지시는 조작 후 결과에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후보 적합도에서 윤 후보는 홍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5.3%p 앞서고 있었지만, 홍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1.1%p 앞서는 것으로 바뀌었다. TV 토론 의견 또한 홍 후보는 3.8%p 하락시켰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응답이 완료된 원래 샘플 1068명 기준(조작 전) 후보 적합도에서 윤 후보는 36.9%, 홍 후보는 31.6%를 기록해 두 후보의 격차는 5.3%p 윤 후보 우세였다. 하지만 보고서(조작 후)에서 윤 후보는 28.6%, 홍 후보는 29.7%로 1.1%p 차이가 나 오차범위 내 홍 후보 우세로 미세하게 뒤집혔다. 명씨의 "똑같이" 지시대로 두 후보의 지지율이 대등해진 것이다.
▲ 21.9.17. 여론조사 조작 전후 - '국민의 힘 당내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 잘한 후보'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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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명씨는 후보 적합도와 관련해 "그쪽으로 돌려. 더불어민주당 쪽에"라고 강씨에게 말하기도 했다. 이는 TV 토론 의견을 묻는 문항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없기 때문에 '없음'이나 '모름/무응답'으로 조작하란 지시로 추정된다. 실제로 '없음'과 '모름/무응답'이 9.8%에서 15.6%, 4.2%에서 9.2%로 각각 5.8%p, 5%p 증가 조작됐다.
[참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조작 전후
9월 17일 : 명태균 "윤·홍 똑같이" 지시
윤석열 : 36.9% → 28.6%
홍준표 : 31.6% → 29.7%
9월 29일 : 명태균 "윤이 홍보다 2% 앞서게" 지시
윤석열 : 31% → 33%
홍준표 : 30.4% → 29.1%
▲ 명태균씨는 21년 9월 29일 여론조사를 516명에서 2000명으로 조작지시했다. 위 그래프는 조작전후 성별-연령별 윤석열, 홍준표 두 후보의 적합도 지지율 차이를 보여준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점이 조작후 데이터로, 조작후에 50대 이상 남성의 지지는 줄어들고, 50대 이하 여성의 지지는 높이는 방식으로 조작했다. 위 수치는 516명 조작전 데이터와 2038명 조작후 데이터로 최종보고서 수치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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