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탈출 이유 묻거든 최윤범과 고려아연 보게 하라 [데스크 칼럼]
회장 지배권 방어하기 위해 회사가 돈 빌리고…
주주들이 유상증자로 대신 갚아
탈출 부추기는 국장…고려아연에 칼 뽑은 금감원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기습적인 유상증자 발표에 대해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대금 약 2조800억원을 결제한 지 2영업일 만에 2조5009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점을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문제는 공개매수 신고서에 이 같은 유상증자 계획을 빠뜨린 점이다.
고의성이 발견되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간주해 과징금 부과는 물론이고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이미 유상증자 신고서에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던 10월 14일부터 실사를 했다고 기재한 상태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고려아연 유상증자 문제는 일개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울 것"이라며 "이번 유증 결의가 주주가치 희석화, 절차적 정당성, 이사회의 독립성과 선관주의 의무에 관한 우려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간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을 정리해 보았다.
▶오너가 위주의 거버넌스 문제 = 최윤범 회장과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9월 28일 기준 15.65%다. 그렇게 15.65%의 지분을 가진 오너가를 지키기 위해 회사와 이사회가 총동원됐다.
실제 최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지난달 23일까지 MBK·영풍 연합에 맞서는 자기주식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대규모 차입을 일으켰다. 하나은행(4000억원), SC은행(5000억원), 메리츠증권(1조원), 한국투자증권(2000억원), KB증권(2000억원) 등에서 총 2조 3000억원을 빌렸다. 최 회장의 개인 지배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가 2조3000억원을 빌린 셈이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권리를 지분대로 나눠 가진 다른 주주들에 대한 권리는 철저히 무시됐다. 이렇게 오너가 소수지분을 갖고도 절대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왜곡된 지배구조 개선은 MBK·영풍 연합의 공격 명분이었다.
그래서 MBK·영풍 연합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PEF) 투자 관련 배임 등 의혹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의혹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의혹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혐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의혹 등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회계장부 열람을 청구했다.
사실 최 회장은 1.84%를 보유한 주주이면서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은 대표 임원에 불과하다.
▶회삿돈 짜내 회장 지배력 방어 = 최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그렇게 빌린 뭉칫돈 2조3000억원으로 MBK·영풍 연합의 주식 공개매수에 맞서 총주식의 11.26%인 233만1302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주당가격은 89만원. 최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은 고려아연 상장 이래 역대 최고가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지만 경영권이 위협받을 때 이사회 의결만으로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넘길 수 있다. 평소에는 경영상에 별 의미 없는 주식이지만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장악하고 있는 오너 입장에서 유사시에는 우호 세력을 늘릴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법률적으로도 주주가 아닌 회사 경영진을 위한 자기주식(자사주) 취득은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래서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 적정한 가격을 초과한 가격으로 평가해 취득하거나 처분한다면 회사에 손실을 초래하므로 상법 제399조에 따라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추궁될 수 있고, 다른 요건을 충족한다면 형법 제355조에 따라 배임죄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시가보다 높게 공개매수 가격을 정했다고 해도 매수한 자사주를 전부 소각하기로 한 이상 이를 업무상 배임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주 돈으로 빚 갚는 유상증자 = 법원이 MBK·영풍 연합의 가처분을 기각하자 흐름은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당초 주당 89만원에 고려아연 발행 주식의 20%(자사주 17.5%, 베인캐피탈 2.5%) 매수가 목표였는데, 자사주 9.85% 매수, 베인캐피탈 1.41% 취득에 그쳤다. 최 회장 측 지분율에 현대차, 한화 등을 비롯한 고려아연 지분율 0.1% 이상의 주요 지분율을 모두 합해도 35.4%,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 38.47%에 3%포인트(p) 뒤졌다.
그렇게 MBK·영풍 연합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양측의 대결은 2차전으로 돌입하는 듯했다. 공개매수가 마감된 이튿날엔 MBK·영풍 연합과의 지분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 전망 속에 고려아연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한때 고려아연 주가는 150만원을 돌파(154만3000원)하며 역대 최고가를 썼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카드를 기습적으로 꺼내 들었다. 89만원이던 공개매수 가격보다도 20만원 이상 낮게 신주를 발행해 우리사주조합에 20% 물량을 넘겨 우호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인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하한가로 추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당장 MBK·영풍 연합은 입장문에서 "최 회장이 고금리 차입금으로 주당 89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해 회사에 막대한 재무적 피해를 줘 놓고 그 피해를 국민의 돈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위기 따라 자사주 풀베팅 주가 ↓·이자 ↑= 이제 직원들도 최 회장의 개인 지배권을 방어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고려아연 임직원들이 백기사가 된 모양새다. 수치상으로 보면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된 유상증자 물량은 74만6530주, 고려아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임직원은 1801명이다.
1인당 414.5주가 배정될 수 있다. 단순하게 414주로 치고 주당 67만원을 곱하면 2억7738만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가가 현재보다 더 하락한다고 해도 1인당 2억원 안팎에 목돈이 필요하다. 여기에 우리사주는 1년간 의무보호예수기간이 걸려 있어 당장 주식을 팔 수 없다.
1년간의 대출이자는 덤이다. 물론 회사 혹은 금융권 대출을 받아 청약에 참여했다면 혹시 모를 반대매매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치솟은 주가가 시간이 지나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고려아연이 밸류업 지수에 계속 포함될 수 있는지를 두고서는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회장 경영권 보전을 위해 주주를 희생시킨 기업이 밸류업 지수에 들어가 있는 건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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