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오원석 트레이드, 스토브리그 '첫 거래'

양형석 2024. 11. 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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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31일 SSG와 kt의 트레이드로 좌완 선발-우완 셋업맨 맞교환

[양형석 기자]

 SSG 랜더스 김재현 단장.
ⓒ 연합뉴스
올 겨울 스토브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kt와 SSG의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SSG 랜더스 구단은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좌완 선발 오원석을 kt로 보내고 kt의 우완 불펜 김민을 데려오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SSG는 팀 투수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발과 불펜 경험을 두루 갖춘 즉시 전력감 군필 투수 김민을 영입했다. 반면에 고질적으로 좌완 투수가 부족했던 kt는 만23세의 젊은 나이에 이미 두 번이나 규정 이닝을 채운 경험이 있는 좌완 선발 오원석을 데려왔다.

김민과 오원석의 트레이드는 양 구단의 1차지명 투수들의 맞트레이드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김민은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했고 오원석 역시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던 유망주 출신이다. 각 구단의 마무리 훈련이 막 시작된 가운데 스토브리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첫 트레이드가 성사되면서 올해도 '뜨거운 겨울'을 예고했다.

성장 더뎠던 오원석, 수원에서 폭발할까

kt는 전통적으로 좌완 투수가 약한 편이다. kt는 창단 초 심재민(롯데 자이언츠),정성곤 같은 유망주나 정대현,윤근영 같은 이적생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17년엔 외국인 선수 라이언 피어밴드가 평균자책점 1위(3.04)에 올랐고 2018년엔 금민철이 8승을 기록했지만 꾸준히 활약해주는 좌완 투수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좌완 부재는 가을야구를 넘어 우승까지 넘보던 kt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kt는 올해도 극심한 좌완 부재에 시달렸다.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이 홀로 11승을 올리며 분전 했을 뿐 나머지 선발 투수들은 우완과 잠수함 일색이었다. 불펜으로 넘어가도 마무리 박영현을 비롯해 김민,손동현,김민수,주권,우규민까지 우완 투수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좌완 하준호는 1군에서 단 2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하다가 시즌이 끝난 후 방출됐고 박세진 역시 6경기 등판 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결국 kt는 외부 수혈을 해서라도 좌완 투수를 보강해야 했고 올해 8승21홀드로 불펜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김민을 내주고 2001년생의 젊은 좌완 오원석을 데려왔다. 사실 올 시즌 필승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김민은 kt 입장에서 내주기 아까운 자원이다. 하지만 kt에는 김민 외에도 손동현,김민수,주권 등 비슷한 유형의 우완 불펜 투수들이 즐비하고 원상현이나 육청명 같은 젊은 투수들도 성장이 기대된다.

kt가 영입한 오원석은 2000년 SK에 입단해 팀명이 SSG로 바뀐 2021년부터 선발투수로 활약하면서 지난 4년 동안 27승을 올렸다. 비록 '리틀 김광현'으로 성장해 주길 기대했던 SSG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2022년과 작년에는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내구성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kt에서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선발 투수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선수다.

하지만 오원석은 풀타임 1군 선수로 4년 동안 활약하면서 한 번도 두 자리 승수를 올리지 못했고 5점대 평균자책점을 세 번이나 기록했다. 실제로 오원석은 최근 3년 연속으로 승보다 패가 더 많은 시즌을 보냈다. 보는 시선에 따라 오원석을 '성장이 더딘 유망주'로 평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수원에서 야구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2025 시즌이 오원석의 커리어에 매우 중요한 이유다.

검증된 군필 불펜 투수 확보한 SSG

만약 오원석이 우완이었다면 8승4패21홀드의 군필 투수와 6승9패1홀드의 미필 투수 간의 트레이드는 성사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원석은 리그에 흔치 않은 좌완 선발 요원이고 kt는 팀의 핵심 불펜투수를 내주면서 오원석을 영입했다. 반대로 SSG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 속도를 보여주던 유망주를 내주고 올해 8승21홀드(7위)를 기록했던 병역 문제가 해결된 검증된 불펜 투수를 영입했다.

SSG는 올 시즌을 통해 9월 이후 12경기에서 13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8세이브1홀드를 적립한 새 마무리 조병현을 발굴했다. 물론 SSG가 SK시절부터 하재훈,서진용 등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가 이듬해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에 빠지는 마무리 투수들이 적지 않았지만 뒷문에 고민이 많았던 SSG에게 조병현의 등장은 '가뭄에 단비'였다. 여기에 불혹의 셋업맨 노경은도 최고령 홀드왕(38개)에 등극했다.

하지만 홀드왕 노경은과 신데렐라 마무리 조병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SSG의 불펜은 결코 강하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올 시즌 SS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중 7위(5.22)에 머물렀을 정도로 불안했다. 불펜에 믿을 만한 투수가 노경은과 조병현 밖에 없기 때문에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기에서는 역전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SSG는 서진용이 FA자격을 얻는다.

따라서 작년 8승21홀드를 기록했던 김민의 합류는 SSG의 불펜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물론 지난 3년 간 랜더스의 붙박이 선발로 활약했고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좌완 유망주 오원석의 이탈은 아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년 2명의 외국인 투수가 풀타임으로 활약해주고 김광현이 건재한 투구를 보여준다면 오원석의 빈자리는 송영진 같은 유망주들이나 문승원 등 베테랑 투수들로 채울 수 있다.

SSG는 올 시즌이 끝나면 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정과 세이브왕 출신 서진용이 FA자격을 얻고 슈퍼스타 추신수도 은퇴를 결정했다. 지난 3년 간 선보였던 노경은의 믿기 힘든 노익장이 내년까지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올해 5위 결정전에서 패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SSG는 내년 시즌 가을야구 복귀를 위해 다시 달려야 하고 그 시작은 검증된 젊은 불펜 투수 김민의 영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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