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조 강성일수록 기업들은 해외로 나간다"…1.5배 증가
노사관계 대립적이면 1.6배 증가
문재인 정권 2017년부터 기업 해외투자 급증
노동조합의 힘이 매우 강력하고, 노사관계가 나쁠수록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1.4~1.6배로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소득주도성장으로 노조의 권한이 강해지고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던 문재인 정부 시절에 특히 급증했다. 기업이 처한 노동환경이 나쁠수록 해당 기업은 해외진출을 모색하게 되고 이는 결국 국가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사·조직 노조와 합의해야 하면 해외진출 1.5배 증가
1일 한국경제학회 학술지에 실린 '노동시장 경직성이 기업의 해외 진출에 미친 영향 분석' 논문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국가지만 최근 10년간 제조업의 해외투자가 국내 설비투자보다 3.6배 이상 증가하면서 국가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같은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는 기술 발전 및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산업공동화, 투자 구축효과, 수출 감소, 고용 감소 등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논문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국내 제조 기업의 해외 진출 결정요인을 기업 특성별, 투자 지역별, 노사관계, 제품 수요와 기업 혁신 정도 등을 고려해 분석했다. 실증분석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인적자본기업패널(HCCP) 기업조사 자료를 비롯해 기업들의 재무데이터, 1인당 인건비와 노조가입자 수 등을 활용했다.
분석 결과 기업 내의 노사관계를 고려한 결과에서는 노사관계가 대립적일수록 해외 진출의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노조가입자 수가 증가할 수록 해외진출 가능성이 1.6배가량 커졌다. 노사관계가 대립적이지 않은 회사는 노조가입자 수가 증가하더라도 해외진출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권한이 클수록 해외진출 가능성은 1.5배 정도 상승했다. 노동조합의 권한과 관련해서는 기업의 조직변화 및 고용조정에 대해 노조와의 합의나 협의 여부 등을 중심으로 파악했다. 조사 결과 조직변화와 인사명령 시 노조와 합의 또는 협의를 해야 하는 회사일수록 해외진출 가능성은 명확하게 더 컸다.
또 기업 내 노동조합 가입자 수가 증가할수록 기업이 해외투자를 할 가능성도 상승했다. 국내 제조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은 노조가입자 수가 증가할수록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최대 1.4배까지 상승했다. 또한 1인당 인건비가 높은 기업일수록 해외 진출을 더욱 고려했다. 1인당 인건비는 해외 진출 확률을 1.5배가량 높였다.
기업을 특성별로 나눠봤을 때 노동집약적인 기업에서 노조가입자 수가 기업의 해외 진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나타났고, 투자 지역별 분석에서는 북미보다는 아시아로 투자할 때 노조의 영향력이 더 크게 나왔다. 북미 쪽은 노조 가입자 수와는 큰 연관성이 없었다. 아시아 지역이 북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으로 노동시장 경직성 강화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2017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7년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을 바탕으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노조조직률 제고 정책과 같은 노동 규제를 신설 및 개정하면서 노동시장 경직성이 더욱 확대됐고 이에 우리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크게 늘렸다고 지적했다. 2016년 연간 400억달러 수준이었던 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금액은 2022년에는 815억달러까지 증가했다.
한국은 소득주도성장으로 2017년부터 5년간 최저임금 인상 누적액이 54%,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최저임금 인상 누적액은 약 45%에 달하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높은 수준이었다. 결국 당시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급증한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2017년부터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크게 확대됐다면서 경직적인 노동시장은 기업의 혁신 활동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문을 공동 작성한 송예나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국내 제조기업들은 해외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인건비와 노조 가입자 수 등 기업이 처한 노동환경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주된 요인으로는 높은 법인세율과 노동시장 경직성이 지목되고 있다"며 "특히 노동시장 경직성은 오랫동안 한국 정부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과제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을 최적의 투자입지로 만들고, 기업의 효율적인 생산 활동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임금과 노조 조직률, 노사관계 대립 등의 부분이 개선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송 연구원과 한수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성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등이 공동 작성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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