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韓고객 잡아라"…전구체·제약장비 1위 업체도 '러브콜'

김현정 2024. 11.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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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공업의 메카를 가다(上)]
전구체 1위 中偉, 매년 한국어 홍보영상 제작
창고에 가득 쌓인 장비 "모두 한국行"
대미 수출 급감…한국 중요성 커져

"화석 에너지의 과도한 개발로 빙하가 녹고, 지구 온난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행복감과 위기감이 공존하는 시대, 우리는 스마트 교통·친환경 에너지의 지속적인 발전을 촉진하겠습니다."

지난달 24일 방문한 중국 남동부 후난성 성도 창사 닝샤현. 이곳에 본사를 둔 한 중국 기업 홍보관 입구에서 한국어 영상이 쩌렁쩌렁한 소리로 상양되고 있었다. 화면 우측으로는 '최고의 재료를 위한 독보적인 기술 리더십'이라는 한글이 양각으로 또박또박 적혔다. 이 기업은 전구체 출하량 기준 세계 1위를 달리는 기업 중웨이(中偉·CNGR). 한국 고객사를 위해 2021년부터 한국어로 된 회사 홍보 영상을 매년 새로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한적인 내수 성장과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장벽 앞에서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중 관계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한국 시장으로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후난성 기업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지난달 24일 방문한 중국 후난성 창사 중웨이 본사 홍보관. 회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 현황과 주요 고객사가 게시 돼 있다. 우측 중간 한국 고객사의 CI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촬영 = 김현정 기자)
지난달 24일 방문한 중국 후난성 창사 중웨이 본사 홍보관 입구. 한국어로 된 회사 홍보 동영상이 방영되고 있다. (사진 촬영 = 김현정 기자)

한국은 후난성 3위 교역국…미중 갈등 속 기회 노려

중국 상공업의 메카로 꼽히는 후난성에서 한국의 입지는 제법 탄탄하다. 지난해 기준 교역액 41억9670만달러(약 5조8048억원)로 미국(74억4400만달러), 말레이시아(52억720만달러)에 이어 3위 교역국에 올라있다. 2022년 5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순위다.

미국과의 교역 규모는 2021년을 정점(126억3060만달러)으로 매년 줄어들어 지난해엔 전년 대비 39.49%가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한국도 다소 줄었지만, 그 폭은(-2.48%)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미국과의 교역이 여의찮은 상황에서 반도체용 기계, 측정 검사 장비 등 고부가가치 전자기술품의 수출 비중이 높은 후난성 정부와 기업에게 관련 산업 기반이 견고한 한국은 가장 매력적이고 성과가 기대되는 교역 대상인 셈이다.

이날 생산 현장을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한 중웨이 역시 우리나라를 핵심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2020년 74억4000만위안(약 1조4362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지난해 342억7000만위안, 올해 상반기에만 200억9000만위안으로 증가하는 등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한국의 LG화학·삼성SDI·SK온·포스코·에코프로 등이 주요 고객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 한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20.31%에 달한다.

이곳 창사 닝샤현 공장은 연간 생산능력 7만2000톤(t)으로 중국 전역 생산량(30만톤)의 24% 수준인 핵심 기지다. 사산화코발트의 경우 연간 3만톤 이상이 생산되는데, 이는 중웨이 생산량의 100%다. 회사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쏟아부은 돈만 10억5600만위안을 웃도는데, 이는 2020년(2억7000만위안)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 장비들 모두 한국으로…서비스 센터도 설립했죠"

"앞쪽에 쌓인 장비들은 모두 다음 주에 상하이와 인천항을 거쳐 한국으로 수출되는 물건들입니다. 이달에만 32개 컨테이너가 한국으로 들어가는데, 이 정도는 연간 수출의 10%에도 못 미칩니다."

같은 날 방문한 세계 1위 제약 장비 업체 추텐커지(楚天科技·트루킹) 본사의 초대형 창고. 단일 기준 아시아 최대 수준인 4만㎡ 규모의 이 창고에는 한국행을 기다리는 장비들이 한눈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쌓여있다. 주요 제품인 미생물 배양 시스템 장비로, 인도에 이어 최대 큰 손이 된 한국의 바이오 업체들이 주요 고객이다.

추텐커지는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16개국에 판매·서비스센터(SSC)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동탄에 위치한 센터에 20여명의 본사 파견을 포함해 40여명 규모의 직원이 일한다.

세계 1위 제약 장비 업체 추텐커지(楚天科技·트루킹) 본사에서 회사 관계자가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촬영= 김현정 기자)
세계 1위 제약 장비 업체 추텐커지(楚天科技·트루킹) 본사의 초대형 창고. 사진 속 장비들은 모두 상하이항과 인천항을 거쳐 한국으로 수출 될 예정이다. (사진 촬영= 김현정 기자)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은 주사제 주입 장비나 미생물 배양기, 동결건조기 등 바이오 엔지니어링 및 통합 제약 장비다. 이 회사가 장비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SK케미칼, 광동제약, 바이오플러스, 파마리서치 등 30여곳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턴키 방식으로 한국 기업들이 원하는 분야, 방식을 비롯해 설계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바이오 시장에서 선도적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요 시장"이라고 말했다.

리슈제 추텐커지 부사장은 "2020년부터 한국으로의 수출량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빈약했지만 2021년부터 해외 사업에 주력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진출에도 속도가 붙었고, 한국의 매출 비중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 부사장은 "한국은 국내 및 자회사 매출을 제외한 전체 수출에서 10%대를 차지하며 인도에 이어 2위 수출국"이라고 부연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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