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노조 "정몽규 4선 저지 방법은 대의원총회 탄핵뿐"…성명서 또 냈다

김현기 기자 2024. 11. 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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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4선 의지가 내부에서부터 큰 반대에 부딪히는 중이다.

대한축구협회가 또 다시 성명을 내고 정 회장의 4선을 막을 방법은 대의원총회 탄핵밖에 없다며 대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 9월 정 회장에 불출마 선언을 요청한 적이 있다. 정 회장이 이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축구협회 노조는 성명에서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정 회장을 끌어 내릴 '합법적인 수단'이 없다"며 "여론과 정부의 압력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정 회장의 4선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대의원총회를 통한 탄핵의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최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AFC 어워즈'를 국내에서 개최하며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의 형식적인 지지를 받았다.

정 회장은 지난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AFC 어워즈 직전 취재진을 만나 "인판티노 회장께 여러가지 잘 설명했다. (홍명보)감독 선임에 관해서도 FIFA에 많이 보고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잘 이해를 못하고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결국엔 '다 축구협회 회장 책임 아니냐' 이렇게 얘기했다"고 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의 좋은 성적, AFC 어워즈 개최, 인판티노 회장의 '립 서비스'를 기반으로 정 회장의 4선 도전 행보가 더욱 과감해질 거라는 게 축구협회 노조의 생각이다.

아울러 대한체육회 공정위에서 요구하는 4연임을 위한 객관적 조건을 모두 충족한 정 회장이 무난하게 승인 절차를 통과할 걸로 예상했다.

또 회장 선임 과정에 정부가 개입할 때 FIFA의 징계 가능성도 있다며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공언했던 거부권은 사실상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고 봤다.

정 회장은 지난달 말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4연임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연임 가능성을 계속 열어줬다.

국민의힘 소속 배현진 의원이 정 회장에게 "지난 2013년부터 11년간 축구협회장을 했다. 회장직에 다시 도전할 생각은 없나. 회장직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정 회장은 "임기가 내년 1월까지기 때문에 우선 임기를 잘 마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다각도로 고려해서 (차기 선거 출마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배 의원이 "정확하게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지금 많은 국내 축구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재차 질의를 했지만 정 회장은 "다각도로 판단해서 잘 검토하겠다"는 기존 답변을 되풀이했다.

정 회장이 4선 포기 의사를 내비치지 않는 배경엔 축구협회의 지배구조가 있다.

내년 1월 열릴 것으로 보이는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정 회장이 낙승은 물론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될 만큼 투표인단이 정 회장에 유리하게 구성된 것 아니냐는 게 최근 축구계, 더 나아가 최근 축구협회 국정감사 등을 진행한 정치권의 생각이다.

따라서 K리그1 12개 구단 대표이사들, 17개 시도협회장, 프로·대학·고등·여자·풋살 연맹장 등 34명으로 구성된 대의원총회가 정 회장을 탄핵하는 게 그의 4선을 저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노조는 강조했다.

축구협회 노조는 "협회 정관에 따르면 대의원 34명 중 18명 이상이 동의하면 정 회장의 해임(탄핵) 안건을 발의할 수 있고, 23명 이상이 동의하면 정 회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의 리더십은 파탄이 났고, 그가 있는 한 한국 축구엔 희망이 없다"며 "대의원들은 본인의 역사적 책무를 깨닫고 현명하게 행동해달라. 정 회장의 탄핵에 앞장서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축구협회 노동조합은 지난 9월엔 정 회장에게 불출마 선언을 촉구한 적이 있었다.

당시 노조는 정 회장에게 "축구 팬과 언론의 성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회장의 4선 고지만 맹목적으로 쫓는 정몽규 집행부의 행태는 무지를 넘어 무능 그 자체"라며 "정 회장의 불출마 선언이 한국축구 위기를 수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몽규 집행부의 연속된 헛발질을 보면서도 '상식의 수준에서 수습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 기대에는 축구협회 구성원이라는 일말의 책임 의식도 있어 사측을 비판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문제는 없었는지 자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먼저 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논란과 우여곡절 속에 새로 꾸려진 대표팀 감독과 스태프들이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끝으로 한국 축구와의 인연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며 "나머지 산적한 개혁과제는 차기 집행부의 몫으로 남기고 미련 없이 떠나길 바란다. 노조도 일반 축구 팬과 마찬가지로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몽규 집행부는 이번 임기까지만 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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