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 윤석열 정부가 감춘 것
제 의견을 피력할 때에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혹은 '조선'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조선에 대한 인식은 달라도 윤석열 정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대화는 말 그대로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인데, 상대가 반감부터 갖게 되는 표현은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에 처한 한반도 평화를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적대성의 완화와 대화 재개가 필수적입니다. 서로 '제 이름 부르기'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 <기자말>
[정욱식 기자]
▲ 탈북단체가 지난 6월 7일 밤 강화도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모습. |
ⓒ 연합뉴스 |
최근 윤석열 정부의 행태가 이러하다. 정부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대북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방조해 왔다. 작년에 헌재는 '전단 살포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동시에 '국민 안전 보장과 남북 긴장 완화 등 국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도 판단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자의 내용만 부각하면서 후자의 내용은 외면하고 있다. 대북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가 남북 긴장을 유발해 국민 안전을 저해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조선(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쓰레기를 담은 풍선을 날려 보내자 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가동해 왔다. 그러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로 작심한 조선은 온갖 괴음을 담은 대남 확성기를 틀어대고 있다.
그 피해는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온갖 생명체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많은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어 울려대는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 문자 메시지에 진절머리를 낸다. 접경 지역 주민들은 밤낮없이 들려오는 기묘하고 괴이한 소리에 일상의 평화를 잃었다. 표현을 할 수는 없겠지만 오물 풍선을 수거하러 다니고 괴음을 들어야 하는 군인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디 인간뿐이겠는가? '생물 다양성의 보고'라는 비무장지대가 '남북 중무장과 심리전의 각축장'이 되면서 그곳에 있는 생명체도 무사하진 못할 것이다.
▲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 회원들이 10월 31일 오전 경기도 임진각 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대북전단을 공개 살포하겠다고 예고한 납북자가족모임과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맞서 '오지마, 날리지마! 대북전단 살포 저지 평화행동'을 하고 있다. |
ⓒ 이정민 |
다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도 안 한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울분이 더 커지고 있는 까닭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정부·여당이 대북 전단과 방송이 조선의 내부 불안을 유도하고 있다는 식의 '정신 승리'를 강변해도 피해자들의 고통은 반감되지 않는다. 왜? 정부가 대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참으라고 하면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김정은 정권이 주민과 병사를 '소모품' 취급한다고 비난해 왔다. 이러한 비난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채 상병 사건의 원인과 처리 과정에서 과연 정부와 군 수뇌부가 이런 태도를 보여왔는지는 의문이다. 접경 지역의 주민의 울분과 군인의 말 못 할 고충을 대북 심리전의 '부수적 피해' 정도로 취급하는 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냉정하게 보면 풍선 살포도, 확성기 방송도 한국이 먼저 시작했다. 이러한 행위는 정전협정과 유엔사령부의 규정뿐만 아니라 국제 규범도 위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강력히 규제하고 확성기 방송도 중단하면서 조선에도 상응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물론 조선이 이에 호응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조선이 한국의 대북 심리전에 대한 대응 조치로 쓰레기를 날리고 괴음을 틀어댄다고 했으니, 조선도 호응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정부가 그토록 걱정하는 남남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는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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