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대통령 권력 사유화한 '부부 공범'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육성 공개로 막연히 소문으로만 떠돌던 'V1' 'V0' 의 실체가 확인됐다. 사진은 2022년 6월 27일 나토정상회의를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 자료를 살피는 윤 대통령과 그를 지켜보는 김 여사의 모습. |
ⓒ 대통령실 제공 |
온 국민에게 생생히 전달된 윤 대통령 육성 녹음 파일에서 더 흥미로운 대목은 따로 있다. 실질적인 권력 실세가 누구인지 명료해졌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대통령이 '원톱'이지만 현재 우리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게 확연해졌다.
명씨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재보궐 공천 발표 8일 전인 2022년 5월 2일 '선물'이라며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사실을 전해줬다. "김영선이 (공천) 좀 해줘라"고 한 윤 대통령 육성은 그보다 일주일이 늦은 5월 9일이다. 시점상으로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당에 얘기하기도 전에 공천을 기정사실화하고 명씨에게 알린 셈이다. 김 여사가 사실상 지시하고, 윤 대통령은 이를 이행한 것이 된다. '명 선생님 요청을 왜 늦게 처리했느냐'는 김 여사 타박에 윤 대통령이 '나는 분명히 했다'고 명씨가 전한 대목은 권력의 상하관계를 더욱 명확히 알려준다.
막연히 소문으로만 떠돌던 'V1' 'V0' 등의 실체는 연일 쏟아지는 명씨 녹취록으로 실황중계되다시피하고 있다. 또다른 의혹인 여론조사 불법 활용에서도 김 여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서울시장 선거 판세가 궁금하다며 명씨에게 비공표 여론조사를 부탁한 것도 이상하지만, 명씨가 81차례의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 쓴 비용을 김 여사에게 받으러 간다고 말한 것은 무얼 의미하나. 대선 경선과 본선, 보궐선거, 총선 등 모든 선거마다 전체 판세를 지켜보며 여론조사를 기획하고 관리한 당사자는 김 여사일 가능성이 있다.
명씨 녹취록 통해 확인된 'V1' 'V0' 의 실체
1조 4천억원이 들어가는 창원국가산단 선정 과정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명씨가 '김 여사 부탁용'으로 쓸 창원국가산단 관련 보고서 작성을 강혜경씨에게 지시한 건 2022년 11월이다. 넉달 뒤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를 공식 발표했다. 전후 맥락으로 보면 명씨의 요청을 받은 김 여사가 이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해 성사시켰다는 얘기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사실은 김 여사가 국정과 당무, 이권 등 모든 분야를 주물렀다는 것이다. 공천이든, 여론조사든 김 여사가 결정하고 지시하면 윤 대통령이 따르는 시스템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마포대교 시찰 때 보여준 김 여사의 행동은 단순한 '대통령 놀이'가 아니었던 셈이다. 이미 권력의 서열은 대통령과 김 여사 두 사람 사이에 정해져 있었다고 봐야 한다.
돌이켜보면 김 여사의 권력욕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내가 정권을 잡으면"이라는 말에서 싹이 보였다. "우리 남편은 내가 다 챙겨줘야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도 했었다. 당시엔 활동성 강한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자신감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현재의 아수라장을 예고한 발언이었다. 자신의 네트워크와 수완으로 대통령을 만들었으니 권력을 향유하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고 생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선거는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했고, 취임초엔 측근그룹에 '대선 승리의 숨은 일등공신은 내 와이프'라고 자랑했다고 한다. 그 말이 대통령 배우자에게 권력을 나눠주겠다는 뜻인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러니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법조계 선배들에게 "내가 집사람에게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고 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권력 분배에 대해 묵시적 합의를 했을 개연성이 높다. 김 여사는 권력을 공유할 권리가 있다고 여겼고, 윤 대통령은 이를 인정한 셈이다.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국정농단에 해당하고, 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탄핵의 대상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 엄중한 사태에 어떻게 책임을 질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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