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SCM 공동성명서 빠진 '비핵화'…외교·국방 회의서 부활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빠진 ‘비핵화’ 단어가 하루 뒤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되살아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지속적이고 불법적인 미사일 도발과 핵·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 역시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역사적인 공동지침을 기반으로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지속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핵화 단어는 전날(30일) SCM 공동성명은 물론 양국 국방수장의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등장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SCM에서 꾸준히 명시된 비핵화를 9년 만에 뺀 뒤 한·미는 지난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문구를 ‘핵 개발을 지연시킨다’로 대체했다.
이에 미국의 요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미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미다. 비핵화보다는 핵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보는 미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견고히 견지하고 있다”며 “비핵화는 한·미 외교·국방장관 2+2 회의에서 언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CM이 북한 핵능력 고도화에 따른 대응 방안에 집중하면서 비핵화 대목이 빠졌을 뿐 기조가 변한 건 아니라는 취지였다.
국방부의 해명대로 비핵화 용어는 2+2 회의에서 다시 등장했지만 SCM 공동선언에서 비핵화를 담지 못한 데 비판 목소리가 여전하다. 한미동맹에서 SCM이 지니는 중요성 때문이다. 1968년 이후 매년 열리면서 제도화된 SCM은 양국의 한 해 국방 정책을 결산하고 동맹이 나아갈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자리다. 정례화를 추진 중인 한·미 외교·국방 2+2 회의보다 무게감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날 미측 인사들이 모두발언에서 비핵화 용어를 꺼내지 않은 채 질의응답에서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만 한 차례 언급한 점을 두고도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블링컨 장관은 ‘어떤 강요가 있었는지 전날 공동선언에서 비핵화가 빠졌다’는 물음에 “우리의 정책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적어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비핵화 대상으로 북한을 명시하는 북한 비핵화 용어는 한반도 비핵화보다 북한의 책임을 더 무겁게 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문재인 정부가 사용한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를 공식석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미 바이든 정부는 주로 한반도 비핵화 용어를 사용하지만 지난해 8월 한·미·일 정상회의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 같은 해 11월 SCM 공동성명 등 한국 입장을 존중하는 외교 무대에선 북한 비핵화 용어를 채택해왔다. 단어 하나의 차이가 한·미 간 미묘한 입장 차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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