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밸류업에도 주가 미지근…호평 속 비판도 ‘상존’
이창희 2024. 11. 1. 06:03
SK그룹 지주회사인 SK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공시를 단행했다. 그러나 발표 이후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면서 투자심리는 희석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시장의 우려를 일부 해소했다는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K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80% 내린 14만8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10월 초 15만900원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1.78% 하락했다. 약 한 달 동안 주가가 약보합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SK가 금융권을 제외한 지주회사 가운데 최초로 밸류업 공시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SK는 지난달 28일 장 마감 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자율공시를 내놨다. 주주환원의 안정성과 규모를 키우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재편), 재무 건전성 강화, 운영 효율화(Operation Improvement) 등을 통해 가치를 높이겠단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SK는 경영실적이나 경상 배당수입의 변동과 관계 없이 연간 최소 주당 배당금을 5000원(보통주 기준)으로 설정했다. 이는 연간 2800억원 규모에 해당한다.
또한 연초부터 진행 중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산매각 이익, 특별배당 수입 등을 활용해 시가총액 1~2%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소각하거나 추가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시총 1~2%에 해당하는 추가 배당은 주당 약 2000~4000원에 달한다. SK는 지난 2021년 SK바이오팜 상장, 2022년 물류회사 ESR 지분 일부 매각 등에서 나온 성과를 특별 배당으로 지급한 바 있다.
SK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오는 2026년까지 8%, 2027년 이후 10%로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같은 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을 0.7배에서 1배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자회사 고도화 및 사업 개선 △사업 통합 및 투자수익 실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차입금 가축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에 집중하겠다는 게 SK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밸류업 로드맵 발표에도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공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SK 주가는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3.06% 오른 15만4900원을 돌파했으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15만1600원으로 마감했다. 이후 주가는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 중이다. 금융지주들이 밸류업 공시를 선보인 뒤 주가가 폭등한 점과 비교하면 시장 관심이 사라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이 적은 것을 근거로 부실한 공시라고 비판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SK는 수준급 이사회를 갖췄지만 성의 부족인지 내용이 너무 부실해 (밸류업) 계획에 ‘D등급’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포럼은 D등급을 부여한 이유에 대해 △지주사 운영의 기본인 자본비용 및 자본배치원칙 언급 없음 △디스카운트 최대 요인인 발행주식수 25% 해당하는 자사주 소각 부재 △지난 3년, 5년간 주가가 각각 39%, 42% 하락한 것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반성 및 대책 부재 등을 이유로 꼽으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가장 쉬운 밸류업은 발행주식수 25%의 자사주 소각”이라며 “자회사 및 손자회사들의 중복 상장 문제도 이사회가 최소한 방향성이라도 제시해야 할 밸류업 과제”라고 꼬집었다.
증권가에서는 디스카운트와 관련된 시장 우려를 극복하겠단 의지가 확인됐다고 평가한다. 김한이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 공시자료에 따르면 회사의 연도별 PBR 산정 기준은 ‘기말 주가’다. 4분기중 호재 발생 경향이 높고, 투자매력도 증가하는 특성의 지속이 기대된다”며 “시장의 우려가 일부 해소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올해 자기주식 취득도 집행될 예정임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주주환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SK는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 모형을 도출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무 건전성 제고에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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