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꺼낸 野·불편한 韓…尹 대통령, 시정연설 불참 가능성↑

임현범 2024. 11. 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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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윤·명 녹취록’ 압박…다음 달 14일 김건희 특검법 예고
韓 특별감찰관 관철…좁혀지지 않은 당정갈등
신율 “시정연설은 무조건 참석해야…국민에게 중요한 자리”
최요한 “범야권 녹취록 공세·당정갈등 부담 작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당의 김건희 여사 ‘특별감찰관’ 문제와 야당의 ‘윤석열·명태균 녹취록’ 공개 등 연이은 악재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시정연설이 국민께 서는 자리인 만큼 윤 대통령이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명 녹취록’을 공개했다. 2022년 5월 9일 녹취록에는 윤 대통령과 명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두고 나눈 대화가 담겼다. 같은 해 6월 15일 녹취록에서 명씨는 김 여사가 전화해 자신의 요구를 윤 대통령이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서울역 인근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 장외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범국민대회를 통해 여론을 모아 다음 달 14일 예고한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녹취록 공개 후 대통령실은 해명을 내고 상황 수습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명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계속 말해 좋게 얘기한 것뿐이다. 당선인 신분으로서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한 바 없다”며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당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라고 했다.

여당은 녹취록 사건을 두고 신중한 접근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친한계의 ‘당무감사’ 요구와 친윤계의 ‘엄호’로 중진 간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또 이준석 의원은 녹취록 문제 해명을 위해 자신을 팔지 말라고 경고했고 윤상현 의원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특별감찰관 문제도 남아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의 ‘특별감찰관’을 관철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당정갈등도 수습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여당도 편치 않은 상황이다.

한 대표는 김 여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감찰관은 과거 비위를 조사하는 기능도 있지만, 미래의 비위를 예방하고 감사하는 데 중점을 둔 제도”라며 “정부와 여당은 남은 2년 반 동안 많은 일을 하고 국민께 평가받아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취임 100일을 맞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그것도 안 해서 우리가 어떻게 민심을 얻겠냐. 앞으로 더 조심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다음 달 10일 예고된 임기반환점을 맞아 ‘보여주기’식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한 대표가 요구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음 달 4일 예고된 시정연설 참석도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으면 11년간 이어져 온 관례가 깨지게 된다.

강성희 전 진보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 중 피켓을 들어 항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시정연설’이 국민을 위해 중요한 행사인 만큼 참석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22대 국회 개원식 불참 사례 등을 고려해보면 상황이 어려워지면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시정연설은 어떻게든 참석하는 게 맞다. 행정부의 수장이 입법부에 와서 예산편성을 앞두고 어떤 것을 하겠다고 얘기를 하는 자리”라며 “국민을 위해 중요한 행사”라고 강조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윤 대통령의 불참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윤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는 유례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시정연설 불참도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이는 국회와 척을 지는 상황으로 돌입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불참하게 된다면 범야권의 녹취록 공개와 공세 등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마음을 기대야 할 여당 역시 한 대표의 완고한 ‘특별감찰관’ 요구와 당정갈등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국민을 대표한 의회 의원들에게 국정 운영의 뜻을 전하는 자리”라며 “아무리 여소야대에 상황이 좋지 않아도 참석하는 게 원론적으로 맞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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