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값 연체 마침내 꺾였다지만…악성 채권은 더 쌓였다

부광우 2024. 11.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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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넘게 상환 밀린 돈 3000억 육박
고금리 장기화에 리스크 큰 여신 누적
통화정책 완화 '유턴'에 기대감 일지만
서민경제 본궤도 회복까진 아직 '먼 길'
신용카드 결제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떠안고 있는 연체 가운데 반년 넘게 묵은 악성 채권이 3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카드값 연체는 고금리 충격 이후 줄곧 몸집을 불리다 마침내 증가세가 꺾였지만, 그중에서도 리스크가 큰 여신은 여전히 쌓이고만 있는 실정이다.

고강도 긴축 기조를 이어 오던 통화정책이 드디어 완화로 유턴하면서 금융 위험을 이제는 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일지만, 서민경제가 본궤도를 회복하기까진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8개 모든 카드사 자산에서 6개월 이상 상환이 밀린 연체액은 총 2877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12.4% 늘었다.

이는 2005년 3분기 말 기록인 3208억원 이후 거의 20년 만에 최대치다. 당시는 카드업계에 변곡점과 같은 시점이었다. 신용카드 규제 완화를 계기로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낳았던 이른바 카드 대란을 관통한 시기다.

카드사별 흐름은 다소 엇갈렸다. 조사 대상 기간 신한카드에서의 6개월 이상 연체가 724억원으로 11.4% 증가했다. 우리카드 역시 343억원으로, 삼성카드는 242억원으로 각각 320.6%와 160.5%씩 해당 금액이 급증했다.

롯데카드가 품고 있는 6개월 이상 연체는 724억원으로 9.8% 줄었지만 여전히 카드사들 중 최대였다. 하나카드도 487억원으로, KB국민카드는 208억원으로 각각 8.0%와 3.3%씩 관련 액수가 감소했다. BC카드에서 발생한 6개월 이상 연체는 153억원으로 15.2% 줄었다.

신용카드사별 6개월 이상 연체액.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다만 이를 포함한 카드업계 전체 연체는 감소로 전환한 상황이다. 카드값 연체는 대체로 축소흐름으로 돌아섰지만, 이런 와중에도 장기간 상환이 밀린 악성 여신은 누적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카드업계에서 통상적인 건전성 분류 기준이 되는 1개월 이상 연체액은 2조2514억원으로 2.7% 감소했다.

이전까지 최근 2년여 동안 카드 연체는 쉼 없이 몸집을 불려 왔다. 카드사들이 떠안고 있는 1개월 이상 연체 규모는 ▲2021년 말 1조2217억원 ▲2022년 말 1조6089억원 ▲2023년 말 2조924억원 등으로 줄곧 증가세였다.

이는 한은 기준금리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짙어지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카드값조차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특히 취약계층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카드론 대출에서의 부실도 심화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비로소 한은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고금리 충격에서도 점차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은은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p 내렸다. 이로써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다만 지나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민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카드 연체 중에서도 악성 채권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현실은 그동안 취약 계층의 삶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란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화정책이 완화로 풀리면서 금융권에 쌓여 온 여신 리스크는 해소 국면을 맞을 것"이라면서도 "기대만큼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이뤄지긴 어려운 환경인 만큼, 카드 장기 연체 등 상대적 금융 약자를 위한 지원은 별도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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