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교 담장 넘은 '학폭'…행정소송 3년새 2.5배 늘었다
지난해 2월 광주의 한 학교 연계형 야구클럽에서 학생 운동선수인 A군이 훈련을 마친 B군을 어깨로 밀쳐 넘어뜨렸다. 피해 학생은 관절 등이 손상되는 상처를 입었다. A군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회부돼 서면사과(1호) 등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 21일 “장난치다 발생한 사고를 학교 폭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징계를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담장 넘은 학교폭력…행정심판·소송 꾸준히 늘어
이렇게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았는데도 행정심판이나 법정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10건 중 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3년의 학교폭력 관련 행정심판·소송 건수를 분석한 결과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학폭위 처분에 가·피해자가 불복해 제기한 행정심판은 5103건이었다. 2021년 1295건에서 2023년 2223건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행정소송은 1339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255건에서 2023년 628건으로 늘었다. 행정심판은 교육청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소송은 법원에서 담당하는데 학폭위 처분을 재검토하는 취지는 같지만, 절차가 다르다.
대부분 가해자가 처분에 불복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피해자가 가해자 징계를 상향해달라는 취지로 제기하는 심판(36.6%), 소송(22.9%)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다.
이중 심판이나 소송 결과로 학폭위 원 처분이 뒤집히는 경우는 10건 중 1건 이상이었다. 3년간 행정심판 인용률은 16.2%(828건), 행정소송 인용률은 10%(134건)로 나타났다.
일례로 지난해 비수도권 한 학교 기숙사에서는 피해 학생이 복수의 가해 학생에게 주먹, 도구 등으로 지속해서 폭행당한 일이 발생했다.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는 가해 학생들에게 출석정지, 학급교체 처분을 내렸다. 피해 학생 보호자는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징계 상향 결정이 내려져 가해 학생들은 강제 전학 처분을 받게 됐다.
전수민 변호사는 “재판부는 법률상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당사자 간의 관계, 폭력에 이르게 된 갈등 원인, 피해 정도 등 다양한 것을 포괄적으로 검토한다 본다”며 “이 과정에서 징계 수위나 학폭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집행정지 인용률 50% “가해자, 시간 끌기로 악용하기도”
본안 소송·심판 전 징계 효력을 멈추기 위해 제기하는 집행정지도 인용되는 비율이 높았다. 지난 3년간 행정심판 집행정지 인용률은 50%, 행정소송은 45.7%였다. 피해자보다 가해자 측 신청의 인용 비율이 꾸준히 높았다. 2021년의 경우 가해자가 제기한 행정심판 집행정지 신청 인용률은 60.6%인 반면 피해자가 제기한 집행정지 인용률은 20%(25건 중 5건)에 불과했다.
황혜영 변호사는 “집행정지 신청은 본안에서 다퉈볼 쟁점이 있다거나 징계 처분이 가해자의 대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많이 인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김석민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팀장은 “가해자들이 집행정지로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다”며 “소송 기간 동안 피해 학생이 풀이 죽거나 에너지가 다 고갈되면 반론이나 진술권이 보장돼 있다고 하더라도 의사를 표명하거나 피력하지 못하시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구자근 의원은 “저출생 시국에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학교를 만들려면 학폭위 역량 또한 강화해야 한다”며 “학생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긴 소송 기간과 집행정지, 본안 심판 및 소송 과정에서 학폭위 처분이 여러 번 번복되는 것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학폭위 조치 결정의 공정성,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위원 위촉 시 전문가 위원 참여를 확대하고 있으며 관련 자료도 개발, 보급하고 있다”고 했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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