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예수의 가르침은 행복과 소망의 문 여는 열쇠”
프랑스 작가이자 시인, 사업가이자 칼럼니스트,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 경제 고문…. 크리스티앙 메르그리스(86) 전 프랑스성서공회 회장이 현재 활동 중인 공식 직함들이다. 프랑스 엘리트 교육기관인 종합기술학교와 파리정치대학 졸업 후 프랑스 대외무역은행(BFCE)에서 일하다 1970년 엑사 인터내셔널을 세운 그는 구소련과 중앙아프리카·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인프라 구축 사업 등을 이끌어왔다.
프랑스성서공회장(2007~2017)과 세계성서공회연합회(UBS) 부회장(2009~2013)을 역임한 그는 로마가톨릭이 강세인 프랑스에서 흔치 않은 독실한 개신교인이다. 지난 2020년엔 성서공회 경험을 녹여 신약성경을 알파벳 순으로 설명한 책 ‘소망사전’(앵커출판미디어) 한국어판도 펴냈다. 신약성경 및 기독교의 역사와 주요 인물 및 사건, 개인 경건 생활 등 다양한 이야기가 주제별로 망라됐다.
최근 경기도 하남 성안교회(장학봉 목사) 초청으로 방한한 메르그리스 전 회장을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작가 없이) 죽어가는 책을 살리기 위해 출간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며 활짝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에서 신약성경부터 외경까지 섭렵했다. 성경 지식이 상당하다.
“신학을 따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성경을 좋아해 13살 때부터 매일 성경을 읽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등장하는 부분을 가장 좋아해 신약성경에 관한 내용을 썼다. 한국 독자에게 강조하고픈 건 기독교는 고통과 원망, 후회의 종교가 아니라는 거다. 예수의 가르침은 행복과 소망의 문을 여는 열쇠다.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책에 신약성경에서 발견한 ‘그리스도인 삶 7단계’를 실었다. ‘선행’과 ‘비판하지 않기’ ‘용서’ ‘열매 맺음’ ‘믿음’ ‘아가페 사랑’ ‘소망’ 순이다. 비기독교인과 차별화된 기독교인의 삶의 특징, 즉 예수의 계명과 가르침을 담았다.”
-사업으로 바쁜 가운데 성서공회 활동을 한 이유는.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했고 꾸준히 봉사에 참여해왔다. 교회에서 한 경험은 항상 행복했기에 성서공회 제안이 왔을 때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UBS 부회장 때 1억 번째 성경을 인쇄하는 걸 보기 위해 중국 난징의 인쇄소에 갔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최근엔 거기서 3억 번째 성경을 인쇄했다고 한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도 기독교인이 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경제 자문으로 1991년 구소련의 경제 개혁안인 ‘500일 계획’에 참여했다.
“서방의 경제인 자격으로 1989년 모스크바를 찾아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구소련 경제인들과 국유 기업의 민영화를 논의했다. 계획 경제를 500일 안에 자유경제로 이행하는 정책을 돕기 위해서였다. 당시는 소련 붕괴 전이었는데 소시민도 공산주의 경제가 실패했음을 이미 알고 있더라. 이때 혁명이 일어나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독립했고 미국 하버드대의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등이 들어와 500일 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이때의 충격으로 ‘올리가르히’(신흥 재벌)가 생기면서 부의 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일련의 사태를 기록한 책 ‘소련의 침몰’을 지난 2020년 프랑스에서 펴내기도 했다.”
메르그리스 전 회장은 구소련 당시 크렘린궁에서 활동하다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청에서 일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이때 연결된 공동의 지인을 활용해 그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당시 푸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히틀러처럼 다음세대에 나쁜 유산을 남기는 지도자가 돼선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현지 언론에도 이 내용을 밝혔다는 메르그리스 전 회장은 “답장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도 같은 전철을 밟을까.
“북한도 곧 그럴 것이라는 소망을 품어야 한다. 역사를 보면 공산주의와 모든 독재자는 종말을 맞았다. 공산주의와 ‘굴라그’(구소련 강제수용소)를 지속한 국가는 없다. 프랑스 온라인상엔 우·러 전쟁에 파견된 북한 엔지니어가 우크라이나에 투항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혹 이들이 한국에 오길 원한다면 한국 사회와 교회가 따뜻하게 맞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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