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만에 최악 피해"…158명 참변 부른 '스페인 대홍수' 주범
스페인 남동부 지역에 지난 29일(현지시간) 내린 기습 폭우로 인한 사망자가 158명으로 급증했다. 1973년 10월 홍수로 300명이 사망한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다.
스페인 구조 당국은 3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오후 4시 현재 발렌시아 지역의 사망자가 15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인근 카스티야 라 만차에서는 2명, 안달루시아에서는 1명의 사망자가 집계됐다. 현재 구조 당국이 급류에 휩쓸려간 자동차 내부와 물에 잠긴 건물 등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오스카르 푸엔테 교통부 장관은 "안타깝게도 일부 차 안에 사망자가 있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당국은 현재 실종자 규모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스페인 기상청은 일단 위급 상황은 지났으나 이번 주 내에 비가 다시 온다고 예보했다. 이날 수해 현장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집에 머물러 달라"며 정부가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의 고통을 생각해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29일 남동부 지방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는 2시간 만에 1㎡당 150∼200L의 비가 내렸고,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내릴 비의 4배나 되는 양이 하루에 집중됐다.
이번 기습 폭우는 이 시기 이베리아반도에 흔히 발생하는 '고고도 저기압'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약 1만m 고도에서 영하 75도에 이르는 매우 차가운 공기가 지중해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만나 강한 폭풍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과 하천이 순식간에 범람한 데다 주민 대피령도 늦게 내려져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렌시아 지방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됐지만 치수 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범람한 물이 그대로 주거 지역을 덮쳤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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