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600번 “업어달라”112 전화… 경찰력 낭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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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나를 칼로 찌르고 싶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112 신고 전화가 더 신속한 대응으로 이어지려면 매년 증가하는 허위 신고를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광 관악경찰서 112상황 3팀장은 "일선 경찰서에서 매년 100건 남짓한 허위 신고를 처리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112 신고는 불필요한 경찰력 낭비를 초래해 치안 공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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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출동에 치안공백 유발
허위신고땐 과태료 최대 500만원
현장선 법규 적용 놓고 혼란 여전
지난 1월 31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나를 칼로 찌르고 싶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의 휴대전화는 유심칩을 뺀 상태라 위치 특정이 불가능했다. 이 휴대전화는 단말기 고유번호도 없어 통신 3사의 협조를 통한 위치 추적도 할 수 없었다.
당시 관악산지구대 소속 태형렬(37) 경사는 과거 신고 내역을 검색하던 중 해당 신고인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비슷한 신고를 한 사람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관악경찰서는 인근 15개 지구대·파출소와 연계해 신고인 김모(22)씨를 찾아냈다. 경찰은 그의 가족에게 연락해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허위 신고였다고 자백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지난 1월까지 유심칩을 뺀 휴대전화로 659건의 허위 신고를 했다. 주로 “업어달라”는 등의 황당한 내용으로, 위치추적이 불가한 점을 노려 여러 지역을 돌며 거짓 신고를 자행했다. 경찰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김씨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국민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대응한다는 112 신고 전화의 역할을 기념하기 위한 ‘112의 날’이 올해로 67주년을 맞았다. 112 신고 전화가 더 신속한 대응으로 이어지려면 매년 증가하는 허위 신고를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 신고 탓에 긴급하게 투입돼야 할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경찰청에 따르면 112 허위 신고 발생 건수는 2020년 4063건, 2021년 4153건, 2022년 4235건, 2023년 5155건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올해의 경우 지난 9월까지 4162건의 112 신고가 허위로 판명됐다. 최광 관악경찰서 112상황 3팀장은 “일선 경찰서에서 매년 100건 남짓한 허위 신고를 처리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112 신고는 불필요한 경찰력 낭비를 초래해 치안 공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허위 신고에 대한 처벌은 강화됐다.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112신고처리법’은 112에 거짓 신고를 하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형사처벌하거나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이 법 시행 이전에는 112 허위 신고 대부분이 경범죄처벌법상 거짓신고 혐의를 적용받았다. 경범죄처벌법의 벌금 최고액은 60만원에 불과했는데 112신고처리법 시행으로 처벌 수위가 강화된 것이다.
서울 지역에선 지난 8월 112신고처리법의 첫 적용 대상이 나왔다. 약 1년간 경찰에 시비, 욕설, 허위 내용 등으로 112에 최소 100건 이상 거짓 신고를 한 A씨(63)에 대해 도봉경찰서가 과태료 80만원 처분을 통지했다.
현장에서는 112신고처리법 적용을 놓고 혼선도 빚어진다. 허위 신고가 모두 112신고처리법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범죄처벌법과 112신고처리법 중 어떤 법을 적용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한 일선 경찰관은 “허위 신고도 경미한 장난 전화부터 테러 위협까지 종류가 다양한데, 어떤 경우에 어떤 법규를 적용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말했다.
장응혁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12 근무의 특성상 돌아가며 근무하기에 경찰관 개인이 허위 신고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조직 차원에서 허위 신고를 분석하고 112신고처리법 처리 방식에 대한 세분화된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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