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대선 후보 지지 포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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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이 한국 언론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 중 하나가 대선 후보 공개 지지다.
매체의 특정 후보 지지가 편향 논조·기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미국 언론들의 입장은 명쾌하다.
특정후보 지지는 회장, 발행인, 주필의 지휘 아래 논설회의에서 이뤄질 뿐 편집국 논조와는 별개여서 기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WP는 최근 "이번 대선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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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이 한국 언론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 중 하나가 대선 후보 공개 지지다. 매체의 특정 후보 지지가 편향 논조·기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미국 언론들의 입장은 명쾌하다. 1992년 10월 워싱턴포스트(WP)의 레오나드 다우니 2세 편집국장은 기고문에서 “논설의 의사 결정과 신문의 보도 기능은 정교분리처럼 엄격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특정후보 지지는 회장, 발행인, 주필의 지휘 아래 논설회의에서 이뤄질 뿐 편집국 논조와는 별개여서 기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뉴욕타임스와 함께 미국의 양대 유력지인 WP 사설의 후보 지지는 직설적이다. 92년 대선에서 “미국은 표류하고 있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인물을 절실히 요구한다”며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2008년엔 “주저없이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다”고 못박았다. 4년 전에는 “최악의 대통령을 쫓아내야 한다. 조 바이든 후보가 직면한 과제에 대처할 적임자”라고 했다.
76년부터 이어져 온 WP의 대선 후보 지지 선언 관행이 처음 깨진 건 88년이었다.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와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 간 대결에서 WP는 그해 11월 1일 ‘No Endorsement(지지후보 없음)’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이유가 재밌다. 첫째는 ‘두 후보 모두 너무 심각한 결함이 있다’였고, 둘째는 ‘우리가 선호하는 후보가 대개 패배하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는다고 (독자들이) 큰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었다.
두 번째 예외가 올해 나왔다. WP는 최근 “이번 대선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독자 20여만명이 구독을 해지하는 등 후폭풍이 크다.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지금 언론은 의회보다 신뢰도가 낮다. 국민 대부분은 언론이 편향적이라고 믿는다. 이번 결정은 매체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속시원한 사이다 지지 사설을 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베이조스의 말은 한국 언론에게도 의미심장하게 와 닿는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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