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현무-5 등장, 공허한 핵무장론 잦아들까

손병호 2024. 11. 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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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논설위원

탄두 2t도 핵폭탄 버금가는데
8t 탄두 ‘괴물 미사일’ 현무-5
북 지휘부·벙커 초토화 가능
文·尹 정부가 함께 빚은 역작

북 도발 및 美 정권 교체기에
‘한국 핵무장론’ 쏟아지지만
현실성 없는 공허한 주장일 뿐
대신 고위력 무기 확보 주력해야

2017년 4월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낭가르하르주 동굴지대에 초대형 폭탄 GBU-43을 처음으로 실전 투하했다. 동굴 깊은 곳에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은신해 있었다. 전술핵 못지않은 위력의 GBU-43은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데, 당시까지 비핵폭탄 중 가장 강력했다. 폭발 반경 1.6㎞, 흔적 없이 사라지는 반경만 300~500m다. 공격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매우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고, 실제 동굴 속 IS 대원들이 몰살했다. 당시 외신은 북한에도 ‘경고’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올해 국군의 날에 ‘괴물 미사일’ 현무-5가 처음 공개됐다. 기존의 가장 강력한 미사일이 탄두 중량 2t인 현무-4인데, 현무-5는 8t으로 세계 최대 규모 다. 발사관 길이만 20m다. 북한이 선제공격하면 반격 때 쓰는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이다. 현무 시리즈는 북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벙커를 파괴하는 미사일로 개발됐지만, 현무-5의 등장은 그 의미를 넘어선다. 워낙 강력한 폭발력으로 북한 지도부 거주 지역이나 주요 군사시설을 초토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무-5가 어느 정도 무기인지 추정할 수 있는 일화가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에 나와 있다.

2017년 6월 문 대통령은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을 찾았다. 현무-2 시험발사가 있던 날이다. 당시 미사일연구실장은 발사 성공 뒤 대통령 앞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현무-2는 사거리 800㎞, 탄두 중량 500㎏이다. 연구실장은 대통령한테 “우리가 2t만 실어 쏠 수 있으면 핵폭탄에 버금간다”면서 미국이 막고 있던 사거리와 탄두 중량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 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을 끈질기게 설득해 2021년 5월 마침내 미사일 지침 종료를 이끌어냈다. 사거리와 탄두 중량 제한이 다 풀렸다.

그 결과물이 GBU-43 못지않은 위력의 현무-5다. 탄두 중량 2t만으로 ‘핵폭탄에 버금간다’는데 하물며 8t이면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4t만 해도 엄청난 규모의 중량이지만 이를 월등히 앞선다. 탄두 중량이 무거울수록 관통력이 커져 지하시설 파괴는 오히려 핵폭탄보다 더 낫다는 분석도 있다. 탄두 중량을 늘리고 사거리를 줄이면 파괴력은 더 커진다.

북한의 도발 강도가 세지거나 미국의 정권 교체기가 되면 한·미 조야에서 으레 나오는 게 핵무장론이다. 윤석열정부를 포함해 ‘한반도 비핵화’가 우리 안보 정책의 근간인데도 극우 성향 정치인들이나 논객들이 입버릇처럼 내놓는 주장이다. 북한이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으니 머지않아 그런 주장이 또 나올 것이다.

하지만 말로는 쉬워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 전술핵 재반입,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핵잠재력 확보, 나토식 핵공유 등 핵무장론 어느 하나도 현실화되긴 쉽지 않다. 미국 정부부터 다 반대한다. 이런 주장이 북한 핵 위협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안심시켜주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북한 핵 공포를 더 키우는 역할을 하고, 주장과 달리 핵무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해줄 뿐이다. 한마디로 현실성 없고 불안을 키우는 무책임한 주장인 셈이다.

현무-5 등장을 보면서 이제는 그런 공허한 주장이 잦아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물론 현무-5가 있다고 ‘핵 균형’을 이루거나 핵무기의 광범위한 살상력이 확보되는 건 아니지만 북한이 감히 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적 억제 수단으로선 결코 무시하지 못 할 무기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그래도 핵무기만 하겠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대부분 우리 미사일 사거리 내에 포진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하고, 여차하면 도시 핵심부를 초토화할 수 있는 수준이면 억제 전력으로서 충분히 의미 있다. 불특정 다수의 평양 주민을 대규모로 살상하겠다는 게 아니면 굳이 그 이상의 무기가 필요한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북한과 대화를 하면서도 우리의 억제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데 기여한 문재인정부나 완성된 현무-5를 국군의 날에 등장시켜 “북핵 사용 시 그날이 정권 종말의 날”이라고 강력히 경고한 윤석열정부 모두 박수받을 만하다. 이제 극우 논객과 정치인들도 공허한 핵무장론 대신 우리가 가진 고위력 억제 무기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이에 대한 배치 확대에 목소리를 보태면 좋을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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