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라드 칼럼]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김정은의 4대 리스크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네 가지 리스크에 직면했다. 첫째는 북한군의 탈북과 탈영이다. 러시아 쿠르스크(원래 우크라이나 영토)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은 특별 작전을 수행하는 정예 병력이라지만 그들의 충성심에 온전히 기댈 수는 없다. 지난 9월 공개된 김정은의 북한군 사격 훈련장 시찰 사진에서 완전무장한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그의 경호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준다.
■
「 북한 병사들 탈영하면 큰 타격
러시아의 총알받이 신세될 수도
북한에 해피엔딩 될 것 같지 않아
」
우크라이나 측이 주장하는 대로 약 1만2000명이 파병됐고, 이들이 모두 특수 작전부대라면 이는 북한 특수 부대의 20%가 러시아에 배치됐다는 뜻이다. 파병 규모가 수천 명이고 최정예 부대원이라면 이들 중 일부가 우크라이나로 탈영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을 겨냥해 한국어로 ‘이국땅에서 무의미한 죽음을 맞이하기보다는 탈영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제작했다. 북한군의 탈영은 북한 내부에 치욕적일 것이고 러시아가 보기에도 북한의 입장이 우스꽝스러워질 것이다.
둘째 리스크는 북한군의 무능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이다. 북한군이 최전방에 서게 되면 수많은 전투로 단련된 우크라이나군을 당해낼지 의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도청해 공개한 러시아군들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러시아군은 북한군의 전투력을 의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언어와 문화 장벽도 있어 오해와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군의 전투력이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북한이 그동안 대한민국에 가해왔던 위협도 요란한 빈 수레였음이 드러날 것이다.
셋째, 러시아의 부당한 북한군 대우와 사상자 발생으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다. 러시아군은 인도와 네팔에서 외국인 용병을 기용했는데 이들 모두 처참한 환경과 턱없이 부족한 배급, 러시아 지휘관의 끊임없는 인종차별적 언사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끈끈한 우방인 쿠바도 2023년 9월 러시아의 쿠바 용병 채용을 금지했다. 러시아군의 경멸을 받으며 북한군은 총알받이로 전락해 결국 큰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머나먼 타국에 파병된 특수 부대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면 정권 차원에서 더 위험하다. 이들은 정권이 의지하는 핵심 계층 출신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크라이나의 공격 가능성이다.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의 파병에 대해 “싸워야 할 적국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적국으로 규정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대북 사이버 공격 역량이 충분하다. 러시아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북한의 탄약 제조공장은 매우 좋은 표적이다. 우크라이나가 무기를 탑재한 드론(무인기)을 선박에 실어 북한 해안의 미사일 발사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북한군의 전투 능력이 개선되고, 핵 추진 잠수함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진보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이 모든 리스크를 감내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이번 파병으로 북한이 노리는 이득은 무엇일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약 70만 명의 병력을 잃어 신규 징집 병력에 보너스를 두 배로 올려야 했다. 러시아 입장에서 값싼 북한 병력 확보는 매우 유용하다. 북한은 석유와 식량을 대러 교역에 많이 의존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한 탄약의 4분의 1을 북한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북한이 이미 탄약 비축량을 소진해 무기 생산량이 대러 수출량을 따라가지 못하면 러시아의 석유와 식품 공급도 끊어질 수 있다. 이는 북한에 재앙이다. 이처럼 무기 공급의 한계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대신 병력 배치를 제안한 것은 아닐까.
북한은 이번 파병 이후에 추가로 병력 배치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군 사상자는 최저 추정치가 하루 1000여 명이니 북한군 1만2000명으로는 2주밖에 버티지 못한다는 계산이다. 만약 러시아가 물자 공급 중단을 거론하며 북한의 파병 증원을 요구하면 북한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파병 증원은 앞서 열거한 북한의 리스크가 더 커진다는 의미다. 아무리 생각해도 파병의 결말은 해피엔딩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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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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