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군 시신가방 담길 것” vs 北 “불필요한 결정 선택”

유엔 안보리 회의서 날선 공방
우드 “러, 세계를 위험에 빠뜨려”
김성 “국제법상 규범에 부합”
러, 한국의 우크라 지원 철회 압박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회의 후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북한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놓고 거센 공방을 벌였다. 북한은 “러시아 안보가 위협받으면 ‘불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날을 세웠고, 미국은 “북한군이 ‘시신 가방(body bag)’에 담겨 돌아갈 것”이라고 응수했다.

한국 정부 대표인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크라이나 평화·안보를 주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북한군은 정당한 군사 목표물로써 총알받이 신세가 될 우려가 있다”며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에서 받아야 할 돈은 김정은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군 파병 병사들을 향해 “같은 한민족으로서 연민을 느낀다. 그들이 휴전선 남쪽에서 태어났다면 더 좋은 삶을 누렸을 것”이라며 “자국민을 소모품으로 이용하는 북한 정권은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우크라이나가 미국 등 서방국에서 지원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점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주권과 안보가 서방국에 의해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우리가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할 때 ‘불필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불필요한 결정’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김 대사는 또 “북한과 러시아는 정치·경제·군사·문화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발전시킬 권리가 있다. 이는 ‘북·러 조약’(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국제법상 규범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 발언이 끝나자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북한 국호를 언급하지 않고 “김(정은) 정권 측 대표에게 답하겠다”며 “만약 북한군이 러시아를 지원해 우크라이나로 진입한다면 시신 가방에 담겨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드 대사는 앞선 발언에서 “북한군의 전장 투입은 갈등의 심각한 확산을 의미하게 된다”며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를 높여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인도·태평양과 중동에 대한 북한과 이란의 위협은 재앙적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북한의 파병에 대해 “거짓말이기 때문에 놀랄 필요도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젤렌스키 정권(우크라이나)을 지원할 권리는 있고, 러시아의 동맹국이 비슷한 지원을 할 권리가 없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철회할 것을 압박했다. 네벤자 대사는 “(한국이) 서방국의 수작에 속지 않을 만큼 현명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모스크바와 서울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여론조사에서 절대다수의 국민이 우크라이나에 관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로슬라우 옌차 유엔 사무차장보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관해 “유엔은 이 같은 발전에 대해 추가적인 세부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제기된 주장이나 보고를 검증하거나 확인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과 격화로 이어질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삼가해줄 것을 관련 당사자 모두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