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트럼프 베팅하는데… 여론은 정말 모르겠네

김이현 2024. 11. 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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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 “트럼프 당선 가능성 63.1%”
전국 단위 여론조사 해리스가 앞서
언론사 확률 예측도 시시각각 변해


미국 대선일(11월 5일)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베팅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돌파했고 도박사들도 트럼프 당선에 판돈을 걸고 있다.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정부 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공약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은 테마주로 엮인 상태다. 시장은 최근 트럼프의 지지율 상승세에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나타났던 ‘샤이 트럼프’ 표까지 고려하면 대세는 기울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쉽사리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전국 단위 지지율에선 여전히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앞서고 있다. 경합주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와 해리스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2022년 상하원 중간선거 때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를 예상했던 여론조사가 실제 선거에선 뒤집혔던 것처럼 민주당 지지층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종합한 전국 여론조사 평균을 보면 해리스 지지율은 49%로 트럼프(48%)를 1% 포인트 앞서고 있다. 10월 1일에 해리스가 50%, 트럼프가 4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 미국 대선 여론조사 전문가인 네이트 실버가 설립한 통계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에서도 해리스와 트럼프의 전국 지지율 격차는 10월 한 달 동안 2.6% 포인트에서 1.4% 포인트로 좁혀졌다.

여론조사 상승세를 바탕으로 주요 언론·통계 사이트가 예측하는 당선 확률에선 대부분 트럼프가 우위에 섰다. 파이브서티에이트와 더힐은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각각 52%, 53%로 예측했다. 2016·2020년 대선 때 여론조사에서 ‘샤이 트럼프’의 존재로 인해 두 번 연속 트럼프가 과소평가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트럼프의 실제 득표는 여론조사 결과를 상회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대표적 트럼프 수혜주로 평가받는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9일 약 반년 만에 1억원을 돌파했다.

도박사들도 트럼프 당선을 내다보고 있다. 선거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대표 정치 베팅사이트 8개를 종합한 결과 트럼프 당선 가능성은 63.1%에 달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TV토론을 망치면서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났던 지난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릭 뉴먼 야후 파이낸스 수석칼럼니스트는 “트럼프에 대한 편향이 발생하는 것은 여론조사의 부정확성 때문”이라며 “2016년과 2020년 여론조사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과소평가했다. 올해 여론조사에선 동률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조금만 과소평가됐다면 확실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추정으로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상승세는 두드러지지만 해리스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가 자신의 한계 지지율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2016·2020년 대선에서 각각 46%, 47% 수준의 전국 득표율을 기록했다. 선거인단 제도로 인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트럼프 지지율이 지난 득표율과 비슷한 수준에 멈춰 있다는 점은 접전지에서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 경합주 여론조사에선 여전히 1% 포인트 차 안팎의 접전 중이다. NYT가 종합한 7대 경합주 여론조사 평균에서 해리스와 트럼프는 조지아와 애리조나를 제외한 네바다,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에서 1% 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NYT는 “전국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의 우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8월 중순 이후 가장 작은 리드”라면서도 “경합주 여론조사는 트럼프 쪽으로 기울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9일까지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56%로 예상했다가 이튿날 50%로 내렸다. 반대로 해리스의 당선 확률은 44%에서 50%로 높아졌다.

‘샤이 해리스’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여론조사업체 대부분은 공화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하원만 근소한 차이로 탈환하는 데 그쳤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건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에 의해 낙태권 보장이 뒤집히자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한 까닭으로 분석됐다. NYT는 2022년처럼 민주당 지지자가 과소평가됐을 경우 해리스가 조지아를 제외한 6개 경합주를 싹쓸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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