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영선 해줘라 했다” 대통령실 “공천 지시·보고 없었다”

명태균 통화녹취 파문
민주 “통화 다음 날 김 前의원 공천…
심판만 남았다” 대여 공세 강화 채비
공천권자 이준석·윤상현 의혹 부인

윤석열 대통령이 ‘공천 개입 의혹’ 당사자 명태균씨와 통화한 녹음파일이 31일 공개됐다. 윤 대통령이 명씨와 직접 통화하는 육성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드러내는 물증이 나왔다며 “강력한 심판만이 남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며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명씨와 윤 대통령 사이의 통화 내용이 담긴 파일을 공개했다. 2022년 5월 9일 오전 녹음된 17초 분량의 파일에서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 고맙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이튿날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 경남 창원의창 후보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결정했다.

민주당이 추가로 공개한 녹음 파일에는 같은 해 6월 15일 명씨가 지인과 대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명씨는 “지 마누라(김건희 여사)가 옆에서 ‘아니 오빠(윤 대통령), 명 선생님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이렇게 아침에 놀라서 전화 오게 만드는 오빠가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끊자마자 마누라가 전화가 왔다”면서 “‘선생님, 윤상현이한테 전화했습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 오십쇼’하고 전화를 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재보선 공관위원장이었고, 명씨는 김 여사 초대로 5월 10일 열린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민주당은 녹음 파일에 대해 명씨가 2022년 6월 15일 윤 대통령과의 통화 음성을 지인 앞에서 재생했는데 당시 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녹음한 것이고, 이 파일이 당 공익제보센터로 제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이 육성으로 공천개입을 넘어서서 사실상 공천을 지휘·지시했다고 보여진다”며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매우 엄중한 상황이자 일종의 정치적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했고 공천 거래가 있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통화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과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공천 내용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민주당은 1일 전국 지역위원장-국회의원 비상 연석회의, 2일 대규모 도심집회를 진행하며 공세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박 원내대표는 다만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국민이 판단하실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최승욱 이경원 구자창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