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뉴스터치] 위고비와 비만 불평등

문병주 2024. 11. 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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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운노 히로시는 『다이어트의 역사』에서 대중적 다이어트의 시작을 1800년대 후반으로 추정했다. 공공장소에 공용 체중계가 보급된 걸 근거로 들었다. 19세기 중반 서양에서 식초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사망자들이 생기기도 했다. 근래에는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단백질과 지방은 마음껏 먹는 황제다이어트를 비롯해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 저탄고단(저탄수화물·고단백질) 과 같은 식이요법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약국에 위고비 입고 사실을 알리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이보람 기자


약물도 꾸준히 개발됐다. 19세기 말 갑상선 추출물을 기반으로 한 지방 감소제가 나왔지만 심장박동 이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후에 개발된 약들도 부작용 때문에 사용 중단된 사례가 많다.

최근 국내에 비만약 ‘위고비’가 상륙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 오프라 윈프리, 킴 카다시안 등 유명 인사들이 이 약을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고 소개됐다. 위고비 역시 부작용이 있다.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등이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위고비 용량을 늘렸다가 췌장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발생했다.

‘비만 불평등’의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4주 분량의 병원 공급가격이 37만원인데 건강 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의료기관마다 파는 가격이 다르다. 50만∼80만원으로 전해진다. 세계보건기구는 1996년에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정의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비만 유병률은 38.4%다. 이 중에서도 위고비를 처방받아야 할 정도의 환자는 6.99%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위고비가 필요한 이들이 소외되지 않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문병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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