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그러니까 우린 그래도 돼
만약 당신의 아이가 노숙자를 숨지게 했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당신 가족만 알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경찰에 자수시킬 것인가. 아니면 은폐하고 넘어갈 것인가. 영화 ‘보통의 가족’이 던지고 있는 물음이다.
영화에서 재완(설경구), 재규(장동건) 형제는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이다. 재완은 잘나가는 변호사이고, 재규는 실력 있는 소아외과 의사다. 재완은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재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며 원칙을 지키려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의 고3, 고2 자녀가 늦은 밤 노숙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다. 사건 영상이 시중에 나돌지만 다른 이들은 식별하기 어렵다. “아이들 미래를 생각하자.”(재완) “책임을 지기는 해야지. 형은 죄책감도 없어?”(재규) 형제가 자수시킬지를 놓고 갈등하는 가운데 재규의 아내(김희애)는 남편에게 말한다.
“당신이 살린 아이가 몇 명인데… 우리 좋은 일 많이 했잖아. 그러니까 우린 그래도 돼. 맞잖아? 응?”
“우린 그래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왠지 낯설지 않다. 한국 사회를 보노라면 재규 아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뒤틀린 선민의식을 가진 이들이 눈에 띈다. ‘우린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 좋은 일을 해왔으니 이 정도는 누려도 문제 없다’는 것이다. 그런 행태들은 그 자체로 세상에 큰 해악을 끼치기 마련이다.
대답해보자.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해서 나쁜 일이 탕감될 수 있는가. 좋은 일, 나쁜 일을 플러스마이너스 하면 제로가 되는가. 어제의 선행이 오늘의 악행을 가려주진 않는다. 좋은 일을 수백, 수천 번 했더라도 단 한 번 나쁜 일을 하면 그 일에 대해선 비판받고, 반성하고,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상참작은 될 수 있을지언정 없던 일이 될 수는 없다.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선 안 되는 일이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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