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지시 안했고, 단순 의견 개진 법적 문제 안돼"…용산, 조목조목 반박
대통령실 "당선인 신분 때, 단순 의견 개진
규탄대회 앞두고 부풀리기 폭로…여론전"
'거짓 해명' 논란엔 "기억 남을 통화 아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지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 관련 대화를 나누는 음성을 전격 공개하자, 대통령실은 곧바로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3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 같이 밝힌 뒤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입장문은 민주당이 음성 파일을 공개한 이후 약 두 시간 만에 나왔다.
대통령실은 "당시 당은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전략공천으로 결정했다"며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의 경우 김영선 후보자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였고,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고 했다.
또 "당시 윤 당선인과 명 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 씨가 김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이준석 당시 당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위원회의에서의 전략공천 결정은 문제가 없다고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고 했다.
실제로 2022년 6월 재보선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시 김영선 후보와 경쟁했던 김종양 현 의원은 공천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했고, 지난달 20일엔 "경상남도는 헌정사 이래 한 번도 여성 지역구 의원이 배출된 적이 없어서 여성 국회의원 배출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공관위에서 판단했다. 민주당에서 도의원을 지낸 전문직 여성 후보를 공천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중량감 있는 전직 다선 의원을 공천한다고 공관위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녹음 파일에는 윤 대통령이 명 씨와 통화하면서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것은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통화는 지난 2022년 6월 재·보선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기 전날인 같은 해 5월 9일 이뤄졌고, 이튿날인 10일 국민의힘이 실제로 김 전 의원을 공천했다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등 일부 대통령실 수석급 참모진과 오찬 회동을 하면서 "그런 통화가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취임 전날에 수많은 축하 전화가 왔고, 대통령께서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명 씨한테도 의례적으로 공천과 관련해 듣기 좋은 소리를 해준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또 이날 민주당이 공개한 음성 파일에 등장하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당선인' 시절 당시 단순한 의견 개진이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고, 공천관리위원회에 단순히 의견을 전달한 것은 공직선거법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제57조의6 제2항(공무원의 당내 경선 운동 금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현기환 정무수석이 이른바 '친박 리스트'를 공관위에 건네주며 공천을 요구한 행위조차 선거법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한 의견 전달은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폭로 행위는 내달 2일 서울역 앞에서 열기로 한 '김건희 국정농단 범국민 규탄대회'를 앞두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러 큰 의혹이 있는 것처럼 포장해서 부풀리기 폭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음성 파일 공개로 '윤 대통령이 2021년 11월 대선 경선이 끝난 뒤로 명 씨와의 연락을 한 적이 없다'는 기존 해명이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인 것과 관련해선 "해명 자료는 대통령의 기억에 의존해서 나온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2022년 6월 명 씨와의 통화 내용을 기억을 못하는 것은 기억에 남을 정도의 통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앞서 지난 8일 "경선 막바지쯤 명 씨가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 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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