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10kg 29900원" 샀다가 날벼락…주부들 울린 광고 정체

사기 광고 이미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김치 10㎏에 2만9900원" "당일 생산 100% 국내산 전라도식 포기김치"

최근 네이버에서 이런 문구가 적힌 배너 광고를 본 주부 A씨는 김치 20㎏(약 6만원)을 주문했다. 거대 포털 광고였기 때문에 사기일 것이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31일 한 지역 맘 카페에 "사기는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소액이지만 김치로 사기를 당하다니 정말 속상하다"고 적었다.

최근 온라인에선 A씨처럼 '김치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크게 오른 배춧값 등 물가 때문에 '김포족'(김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때를 틈탄 사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치 10㎏에 2만9900원'이라는 가격은 시중 김치 브랜드 포기김치보다 5분의 1수준의 저렴한 가격이라고 한다.

지난 29일 JTBC '사건반장'이 전한 사기 업체 측이 내건 수법은 이렇다.

사진 JTBC 유튜브 캡처

일단 지나치게 싼 김치 가격에 대해선 "중간 유통 과정 없이 거품을 뺐다"고 안내했다. 업체 측은 이 김치를 사려면 무통장 입금만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그 뒤 "통화량과 문의가 많아 전화 연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주문량 폭주로 배송이 늦어지는 것처럼 안내했다. 또 "배추 수급 문제로 김치 출고는 2~3주 늦어진다" "배송 지연으로 죄송한 마음에 김치랑 귤도 같이 보내드리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김치는 끝내 도착하지 않았다.

사기 업체 측의 교묘한 수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재고 떨이를 의미하는 국내 유명 여행사이트를 사칭해 김치를 판매했다고 알려졌다. 업체명이 도용당한 여행 업체 측은 지난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업체와 무관하며, 김치 등 농수산물을 일절 판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행 업체 측엔 사기 업체와 오인한 피해자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31일 YTN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2만 명으로 추정된다. 한 사람당 2만9900원을 단순 계산하면 최소 피해 금액이 5억9800만 원대에 이른다는 얘기다. 한 사람이 김치를 여러 개씩 구매한 사례도 있어 피해 금액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사기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등은 해당 업체의 광고 노출을 차단했다. 전문가들은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낯선 사이트는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