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덮치는 감원 바람…어디까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10. 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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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임원 ‘조기 물갈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SK그룹이 결국 칼을 빼들었다. 당장 계열사 SK에코플랜트부터 대대적인 임원 감축 작업에 돌입하면서 다른 계열사로 확산될 조짐이라 내부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SK에코플랜트가 대대적인 임원 감축 작업에 돌입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SK에코플랜트 서울 사옥. (SK에코플랜트 제공)
조직 개편 나선 SK에코플랜트

임원 23% 감축하기로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 방안을 내놨다. 오는 11월 SK그룹 내 반도체 가공·유통 업체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 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한다. 이에 맞춰 반도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테크 사업 조직’ 신설을 핵심으로 한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반도체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플랜트는 물론 관리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이를 위한 마케팅 조직도 새로 꾸린다.

미래 핵심 산업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을 위해 에너지 사업 조직은 별도로 떼어냈다. 연료전지, 재생에너지 사업 등과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에너지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기존 건축, 토목, 플랜트 수행 조직은 솔루션 사업 조직으로 통합했다. EPC(설계, 조달, 시공) 분야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SK에코플랜트의 수익성을 확보함으로써 질적 성장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조직 개편 인사로 기존 임원 17명이 물러나고 신규 임원 1명이 승진하는 데 그쳤다. 지난 6월 말 기준 SK에코플랜트 전체 임원이 66명인 점을 감안하면 임원 수가 51명으로 급감해 23%가량의 임원이 짐을 싸는 셈이다.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SK에코플랜트는 일찌감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면서 전운이 감돌았다. 지난 5월 김형근 당시 SK E&S 재무부문장을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인사를 발표하면서 대대적 개편을 예고했다. 당시 연말 정기 인사가 아닌 연중 인사로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조치라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조925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8%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이 336억원에 달해 적자전환했다.

재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실적 회복을 위해 자회사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수처리, 폐기물 처리 기업 리뉴어스부터 매각할 것으로 내다본다. 리뉴어스는 환경부 환경관리공단의 하수·폐수종말처리, 폐기물 처리 전문 자회사로 2020년 11월 SK에코플랜트에 인수됐다.

SK에코플랜트는 리뉴어스 인수를 통해 건설업을 벗어나 환경, 에너지 등 친환경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성과는 미미했다. 리뉴어스의 지난해 매출은 3434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SK에코플랜트는 “리뉴어스 매각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논란은 뜨겁다.

SK에코플랜트는 리뉴어스 외에도 해상풍력 업체 삼강엠앤티(현 SK오션플랜트) 등을 잇따라 사들이면서 차입금이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연결 기준 차입금은 2020년 말 9649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4125억원으로 3년 새 6배가량 급증했다. 지난 한 해 SK에코플랜트는 이자비용으로만 3200억원가량을 썼다. 재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잇따른 M&A로 외형을 키운 뒤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구상이었지만 분위기가 녹록지 않은 양상이다. 향후 조직 개편, 구조조정 성과가 변수”라고 전했다.

다른 계열사도 구조조정

SK이노베이션 CEO 대거 교체

SK에코플랜트가 임원을 대거 축소하면서 다른 계열사 인사에서도 대규모 임원 감축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통상 연말에 실시하는 정기 임원 인사 시기를 앞당겨 그룹발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을 앞두고 계열사 CEO 3명을 전격 교체했다. SK에너지는 오종훈 사장이 물러나고 김종화 울산CLX 총괄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SK지오센트릭과 SKIET도 나경수 사장과 김철중 사장 후임으로 최안섭 SK지오센트릭 머티리얼사업본부장과 이상민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을 각각 새로 선임했다. 이들 CEO는 모두 ‘기술형’으로, 통합 법인 출범 전에 조직을 재정비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SK지오센트릭은 최근 나프타분해공정(NCC) 공장 가동을 멈추고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울산에 초대형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짓는 등 업종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에 비해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SK지오센트릭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490억원으로 지난해(1937억원) 대비 급감했다. 핵심 계열사 SK에너지 실적도 부진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영업이익이 1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극심한 실적 부진에 내몰린 전기차 배터리 업체 SK온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는 지난해 11월 이전 입사자다. SK온은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연봉의 50%와 단기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이다. 최대 2년간 학비를 지원하는 ‘자기계발’ 무급휴직도 진행한다.

SK온이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캐즘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SK온은 2021년 10월 출범 이후 2년 만에 글로벌 ‘톱5’ 배터리 기업으로 급성장했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았다. 올 2분기 영업손실만 4601억원에 달하는 등 출범 이래 11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다만 SK그룹이 위기를 슬기롭게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오너 최태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악재다. 향후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 변수는 심리불속행이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 판결에 상고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혹여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려 1조원 넘는 재산을 노소영 관장에게 내줄 경우 SK그룹 경영권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는 상고 기록 접수로부터 4개월이 지나는 11월 8일 결정된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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