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비싸게 수주한 배로 현금 쌓는다…1조 영업익 눈앞(종합)
3년치 수주잔량 확보…신조선가 상승 추세 지속 전망
'2050 넷제로' 선박 교체수요 지속 발생…"친환경선 기술 리더십 확보"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3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실적 호조를 보이며 연간 1조원 영업이익을 눈앞에 뒀다.
HD한국조선해양은 31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결기준 매출 6조2458억원, 영업이익 3984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6%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477.4% 증가했다.
4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은 3000억원대 중반 수준을 점쳤던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적표다. 앞서 1분기 1602억원, 2분기 37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HD한국조선해양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9351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4분기 조업일수가 3분기보다 길다는 점과, 고가 수주물량의 매출 반영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 HD한국조선해양의 4분기 영업이익이 4000억원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 실적까지 더하면 연간 1조4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 조선 3사 모두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HD현대중공업은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한 3조6092억원의 매출과 1497.7% 증가한 206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HD현대삼호와 HD현대미포도 각각 매출 1조6435억원과 1조776억원, 영업이익 1776억원과 352억원을 기록하며 HD한국조선해양이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데 기여했다.
여름휴가와 추석연휴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호조를 나타낸 배경으로는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 확대와 생산성 향상이 꼽힌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2분기에 비해 비수기를 맞게 되고,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한데, 이번 분기는 전분기에 비해 매출 감소가 5.6%에 불과했다. 조업일수 감소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수준”이라며 “오히려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5.8% 증가를 보였다. 그만큼 조선 3사의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 실적 개선의 척도로 간주되는 2021년 이전 불황기에 수주한 저가물량 해소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2021년 수주물량이 15%에 불과하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나머지는 2022년 물량이 80%, 2023년 물량이 3% 가량이다.
중소형 조선소들은 상황이 더 긍정적이다. HD현대미포는 2021년 수주물량이 6%에 불과하고 2022년 물량이 62%, 2023년 물량이 32%에 달하는 것으로 집게됐다. HD현대삼호는 2021년 물량이 4%, 2022년 물량이 62%, 2023년 물량이 32%로 계열 3사 중 가장 양호한 연도별 투입비중을 나타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중형 조선소들이 대형 조선소(HD현대중공업)에 비해 연도별 투입비중 변화가 빨라 실적개선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생산성도 개선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목표치 대비 2%를 초과하는 생산성을 달성했고, HD현대삼호는 3~4%, HD현대미포는 3~5% 가량 생산성 목표치를 초과했다.
회사 관계자는 “4분기로 넘어가고 내년으로 갈수록 생산성 개선은 소폭이나마 더 개선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엔진기계 부문은 물량 증가 및 HD현대마린엔진 연결 편입 이후의 실적이 반영돼 전년 동기 대비 44.3% 상승한 865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엔진 비중이 확대되며 33.2% 증가한 1024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HD현대마린엔진이 8월부터 편입되며 8~9월 2개월치 실적이 연결로 반영됐다”면서 “연결 편입효과로 매출액이 5.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4억원이 반영돼 12.4%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선 3분기 1835억원의 매출과 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대비 27.6% 하락했지만 설계변경비용 청구(C/O) 발생에 따른 손익 개선효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수주 호조와 고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앞으로도 호실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3분기말 현재 HD현대 계열 조선3사의 수주량은 HD현대중공업이 50억2600만 달러(약 6조9400억원), HD현대삼호 60억2000만 달러, HD현대미포 57억1000만 달러로 도합 168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전체 수주 목표인 121억 달러를 초과 달성하면서 3년치 이상의 안정적 물량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신조선가와 관련해서는 “18일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5.68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면서 “현재 타이트한 수급 상황과 늦은 납기, 지속적인 인건비, 물가 상승 등 생산 비용의 증가분이 선가에 계속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 이러한 신조선가의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조선소들이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HD한국조선해양은 굳이 가격경쟁으로 맞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들이 건조 케파(생산능력)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데, 2027~2028년 인도분이 대부분”이라며 “선주들이 중국으로 가는 건 가격이 굉장히 싸기 때문으로, 마켓셰어를 그렇게 가져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로서는 현재의 고선가 기조를 깨트려가면서까지 경쟁할 이유 없다”면서 “중국이 중국이 모든 걸 다 할 순 없고,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선가차이를 기술력과 전략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그때 나오는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거기 맞춤형으로 대응하고 고객을 관리하고 있고, 그렇게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HD한국조선해양은 중국 조선소들의 급격한 확장이 여러 가지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급하게 케파를 늘려서 지었을 때 나오는 품질문제, 엔진 등 기자재 확보, 인력 부족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케파를 늘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것이고, 중국이 다 가져갈 수는 없으니 우린 우리에게 가장 좋은 프로젝트를 가져간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 시장의 친환경 전환 추세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IMO(국제해사기구)와 EU의 노후 선박 규제 조치가 실질적으로 가시화됨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선주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탄소를 저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각자 포지션에 맞게 결정을 해야 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2012년부터 시작된 LNG를 비롯한 친환경 연료와 이중 연료로 적용된 선박은 급격히 증가했으나 여전히 이중 연료가 적용되지 않은 선박이 훨씬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연료로 가장 많이 채택되는 LNG 연료추진선의 경우 현재 1200척이 운항이 되고 있고 1000여척이 건조되고 있지만, 전 세계 선박 중 1000GT 이상 되는 선박이 10만척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메탄올 추진선 역시 그동안 많이 발주돼왔음에도 300여척에 불과하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세계 연간 건조능력이 1500척 정도로 추정되는데,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 탄소 순배출량 0)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선박을 교체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이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선박 교체 수요가 있음을 의미하며, 우리에게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2년부터 발주된 친환경 선박은 일종의 1세대 친환경선으로, 결국 2040년까지 다시 교체되거나 새로운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하며 이런 수요 역시 HD한국조선해양에겐 긍정적 요인으로 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런 충분한 수요를 바탕으로 HD현대는 누구보다 한 발 앞서서 새로운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고, 암모니아, 수소 등 무탄소 연료 선박을 개발해 경쟁사들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유지해 나가고 시장의 신뢰를 더욱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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