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방지턱' 넘은 프리먼, '우승반지' 소원 푼 오타니

배영은 2024. 10. 31. 16: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에서 4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다저스의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는 이적 첫 시즌부터 "반드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꿈을 이뤘다.

31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는 다저스 선수들. EPA=연합뉴스
31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기뻐하는 다저스 선수들. EPA=연합뉴스


다저스는 3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7-6으로 이겨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3차전을 내리 이긴 뒤 4차전을 내줬던 다저스는 이날 0-5로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고 승리하는 저력을 뽐내면서 통산 8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직전 우승이었던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정규시즌을 단축(52경기)했던 시기라 162경기를 모두 치른 올해의 우승은 더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09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정상을 노린 양키스는 믿었던 에이스 게릿 콜이 무너지면서 1승만 거두고 허무하게 월드시리즈를 마감했다. 양키스 간판타자 애런 저지는 1회 선제 2점 홈런을 때려 마침내 첫 홈런을 신고했지만, 5회 치명적인 수비 실책으로 역전의 빌미를 제공해 고개를 숙였다.

31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기뻐하는 다저스 선수들. EPA=연합뉴스


다저스의 베테랑 왼손 타자 프레디 프리먼은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300(20타수 6안타), 홈런 4개, 12타점을 기록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프리먼은 1차전 연장 10회 말 월드시리즈 사상 최초의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트려 기선을 제압했고, 이어진 2~4차전에서도 모두 홈런을 쳐 양키스 마운드를 괴롭혔다.

프리먼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뛰던 2021년 5~6차전에 이어 올해 4차전까지 월드시리즈 6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려 역대 최다 연속경기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2020년 내셔널리그 정규시즌 MVP에 이어 이날 월드시리즈 MVP로도 뽑히면서 두 개의 MVP 트로피를 모두 석권한 역대 12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빅리그 15년 차인 프리먼은 통산 홈런 343개를 기록하고 있는 베테랑 거포다. 그에게 올 시즌은 유독 힘든 한 해였다. 아들 맥시머스가 지난 7월 말 온 몸에 마비가 오는 희귀 증후군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당시 휴스턴에서 원정 경기를 준비하던 프리먼은 곧바로 LA로 돌아가 아들을 간호하느라 8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가 팀에 돌아오던 날, 다저스 선수들은 '#MaxStrong'이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동료를 기다렸다. 프리먼은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연장 10회 말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트린 뒤 세리머니하는 MVP 프리먼. AP=연합뉴스


정규시즌 막바지인 9월 말엔 부상 악재도 닥쳤다. 경기 중 오른 발목을 다쳐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투명했다. 의사가 4~6주 휴식을 권고했을 만큼 큰 부상이었다. 그러나 프리먼은 끝까지 포스트시즌 출전 의지를 불태웠고, 결국 월드시리즈 1차전부터 맹타를 휘둘러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 때문에 많은 다저스 팬은 "프리먼의 모습에 1988년 월드시리즈의 커크 깁슨이 오버랩된다"며 박수를 보냈다. 깁슨은 당시 1차전에서 발목을 다친 채로 끝내기 홈런을 친 뒤 절룩이며 베이스를 돌아 감동을 안긴 '투혼'의 아이콘이다. 실제로 현지 캐스터는 프리먼의 끝내기 홈런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자 36년 전 깁슨 때와 똑같은 '홈런 콜'을 재현하기도 했다.

프리먼은 "올해는 거의 모든 종류의 '과속방지턱'과 마주한 것 같다. 그걸 동료들과 함께 극복한 것은 무척 특별한 일"이라며 "훌륭한 동료를 둔 축복으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고 MVP를 받았다. 지금은 황홀한 마음뿐"이라고 감격했다.

31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티셔츠를 입고 기뻐하는 오타니 쇼헤이. EPA=연합뉴스


'우승 반지'를 찾아 다저스에 온 오타니도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역대 프로스포츠 최고액인 10년 총액 7억 달러에 사인했다. LA 에인절스 소속이던 지난해까지 6년간 가을야구 문턱도 밟지 못했지만, 올해는 포스트시즌 무대를 마음껏 누볐다.

오타니는 정규시즌에 MLB 역대 최초로 50홈런(54개)-50도루(59개)를 달성하면서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다만 월드시리즈에선 5경기에서 타점 없이 타율 0.105(19타수 2안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오타니는 "다저스에서 첫해부터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건 정말 엄청난 일"이라며 "다저스의 힘으로 정규시즌을 무사히 마쳤고, 포스트시즌도 팀의 힘으로 이겨냈다. 이런 팀의 일원이라 영광"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