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대북전단 살포 ‘남남갈등’…주민이 트랙터 20대로 막았다
접경지역에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파주시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남남 갈등’이 빚어졌다.
납북자가족단체가 대북전단을 공개적으로 날리겠다고 예고한 뒤 강행에 나서자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가 트랙터를 몰고 나와 집회를 벌이며 물리력을 동원해 막아선 것이다. 파주 민통선 지역 주민 등은 지난 9월 28일부터 현재까지 30여일 째 밤낮없이 대남확성기 방송에 시달리자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납북자가족모임―파주 주민·시민단체·경기도 특사경, 대치
납북자가족모임은 31일 오전 당초 예고한 대로 파주시 문산읍 소재 임진각 관광지 내 국립6·25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대북전단을 살포를 계획하고 대북전단을 준비해 현장에 도착했지만, 접경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및 경기도 특별사법경찰 등이 저지하면서 대북전단 살포가 무산됐다.
하지만 이 단체는 강경한 저지 분위기에 전단 살포는 포기해 출동한 경찰이나 주민과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31일 오전 10시 50분쯤 국립6·25납북자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정했던 대북전단 살포 계획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당초 이날 납북 피해자 6명의 사진과 설명이 적힌 비닐로 된 대북전단 10만장, 1달러 지폐를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낼 계획이었다.
다만 이들은 조만간 또 대북전단 살포행사를 개최한다고 예고했고,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및 관계기관은 계속 이를 저지하겠단 입장을 밝혀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최 대표는 “사법경찰과 도지사가 살포행위를 하지 말라고 협박해 행사를 취소하고, 오늘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다시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할 계획”이라며 “이제는 풍선이 아닌 드론을 사용한 행사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들의 대북전단 살포 행사에 대비해 경기도와 경기북부경찰, 소방 등 인력 약 800명이 현장에 배치됐다.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현장에 나왔고, 경기도특별사법경찰(77명), 파주시 직원(70명), 소방(15명), 경기북부경찰 기동대 8개 부대(640명) 등이 대북전단 살포 등에 대비해 상황근무에 나섰다.
파주 민통선 마을 주민 50여 명들은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트랙터 20여 대를 몰고 나와 통일대교를 건너 임진각 진입로 1개 차선을 막아섰다. 트랙터에는 ‘북한의 소음방송 민통선 주민 못 살겠다’, ‘우리도 좀 살자’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파주 접경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도 이날 오전 9시 40분쯤 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오지 마, 날리지 마, 대북전단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며 “경색된 남북관계는 대북전단으로 시작됐고 헌법재판소의 바보 같은 행동이 극단적 대결까지 오게 하였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회원 한 명은 납북자가족모임의 기자회견 도중 “대북전단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난입해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연행되기도 했다.
이재희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과 오물풍선 살포의 근원이 되고 있다”며 “파주시민들의 생존권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주민들과 힘을 모아 끝까지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역 국회의원들과 파주시장 등도 현장을 찾아 대북전단 살포 시도 저지에 나섰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대북전단 살포는 불법이며, 즉시 퇴거할 것을 명령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파주시 주민들의 피해를 호소했다. 파주시와 의정부시가 각각 지역구인 윤후덕, 이재강, 박정 의원 등도 현장에 나와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규탄했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은 향후에도 대북전단 살포 시도 행위가 적발되면 즉시 제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경기도는 앞서 재난안전법에 따른 조치로 지난 15일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도민 안전 위협을 우려해 파주·연천·김포 등 접경지 3개 시·군을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설정한 바 있다. 대북전단 살포 관계자가 위험구역에 출입하거나 그 밖의 금지 명령 또는 제한 명령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기로 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오전 네덜란드에서 긴급 영상회의를 연결, “오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우려한다”며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에서 주민 안전을 최우선 도정 목표로 하고 경찰, 소방 등 유관 기관과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파주 이외의 대북전단 발송 가능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할 것” 등을 긴급 지시했다.
파주·김포·연천 이어 강화군도 위험구역 설정
이날 인천시 강화군도 다음달 1일부터 강화군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강화군은 지난 7월부터 이어진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북한을 도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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