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군단' 출신 탈북민 "살인병기 양성소…귀순 심리전 통할 것"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11군단, 이른바 ‘폭풍군단’ 부대원의 탈영·귀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폭풍군단은 한국의 특수전사령부와 비슷한 부대로, 연원은 '김신조 부대'다. 11군단의 모체인 특수 8군단은 124부대를 중심으로 1969년 창설됐는데, 124부대는 1·21 청와대 습격사건을 일으켰다.
폭풍군단 출신 탈북민 이웅길(43)씨는 30일 연합뉴스에 “러시아 군대라고 해도 북한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조직 아니냐”며 “파병된 북한 청년들도 자연히 외부 세계에 눈을 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앳된 모습이었다는 목격담을 거론하면서 “온라인에 퍼진 동영상에서 보이는 얼굴들도 조장급 전투원이 아니라 부대 배치된 지 얼마 안된 모습이더라”며 “‘총알받이’로 보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씨는 1998년 8월부터 11군단 제87경보병여단에서 여단장 연락부관으로 복무하다 ‘상급병사’ 계급으로 2003년 10월에 제대했다고 한다. 특수부대를 지원한 건 남들보다 빠르게 노동당에 입당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6년 6월 함경북도 청진에서 탈북한 이씨는 이듬해 2월 국내에 들어왔다. 군 경력을 가진 북한이탈주민 사이에서도 폭풍군단 출신자로 널리 알려졌고,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해 북한 특수부대 경험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씨는 자신의 사례를 들며 러시아 파병 북한 군인들의 귀순을 유도할 수 있다고 봤다. 이씨는 아무리 폭풍군단 청년들이라고 해도 외부 세계와 자유를 경험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파병 부대원들이 신병 위주라면, 확성기나 방송 등 여러 수단을 활용해 귀순을 유도하는 심리전이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폭풍군단 선발과 훈련 과정도 공개했다. 그는 “대못을 여러 개 박아 놓은 나무를 맨다리로 걷어차기, 뜨겁게 달군 모래에 손날을 재빠르게 찔렀다 빼는 ‘손칼치기’ 같은 극단적인 훈련을 반복하면서 인간 살인병기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밀폐된 공간에서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일대 일 격투기 훈련을 본 일이 있다”며 “볼펜이든, 주걱이든 주변에 있는 어떤 물건이든 살인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군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한다고 아무나 받아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폭풍군단 부대원은 신체 조건은 물론이고 출신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고 선발한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1년간 공통 신병 훈련 후에는 격투기 유단자와 체력이 우수한 부대원을 선별해 혹독한 훈련을 거쳐 정예 전투원을 양성한다고 한다.
이씨는 폭풍군단 부대원 개개인의 전투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북한군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최전방 전투에서 전공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 봤다.
그는 “폭풍군단의 역할은 유사시 적진 후방에 빠르게 침투해 요인 암살, 시설 파괴 등 임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현재 파병 부대가 향하는 지역은 그런 작전을 펴는 곳이 아닌 것 같더라”며 “미사일전(戰), 무인기전, 전자전 위주로 진행되는 이번 전쟁에서 폭풍군단이 어떤 성과를 낼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방정보본부는 30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선발대 가운데 일부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 가운데 11군단 폭풍군단을 파병한 이유에 관해서는 “일반 보병보다는 훨씬 전투력이 강하고 정예부대이기 때문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 대통령을 의식한 측면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후방 침투 임무를 가진 부대이고 현재 쿠르스크 등 전쟁터는 개활지이기 때문에 전투에 있어서 상당한 제한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드론전 형태로 전쟁이 진행되는데 북한군에는 드론이 보급돼 있지 않고 그에 맞는 훈련이 안 된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현재 국방정보본부가 파악한 북한군 11군단은 10개여단, 4만여명으로 후방 지역에 소재하고, 주 임무는 후방 침투, 교란, 시가지 작전 등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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