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 취소…“풍선 아닌 드론 사용해 재추진”
납북자가족모임이 31일 오전 경기 파주시에서 계획했던 대북전단 살포가 주민과 시민단체의 저지로 무산됐다.
납북자가족모임은 대북전단을 준비해 현장에 도착했지만 강경한 저지 분위기에 기자회견을 열고 “예정했던 대북전단 살포 계획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조만간 또 대북전단 살포행사를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앞서 납북자가족모임은 이날 오전 11시 납북피해자 6명의 사진과 설명이 적힌 대북전단 10만장과 1달러 지폐를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보내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파주 민통선 마을 주민 50여명은 이날 트랙터 20여대를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나섰고, 파주 접경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도 50여명의 시민과 함께 대북전단 살포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대북전단 살포 행사로 인한 충돌에 대비해 경기도와 경기북부경찰, 소방 등 인력 약 800명이 현장에 배치됐다.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현장에 급파됐고, 경기도특별사법경찰(77명), 파주시 직원(70명), 소방(15명), 경기북부경찰경 기동대 8개 부대(640명) 등이 대북전단 기습 살포 등에 대비한 상황근무를 섰다.
현장에서는 납북자가족모임과 주민, 시민단체 간 마찰이 빚어졌다. 주민들은 ‘오지마 날리지마, 대북전단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며 “경색된 남북관계는 대북전단으로 시작됐고 헌법재판소의 바보 같은 행동이 극단적 대결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트랙터로 임진각의 진입로 1차로를 막아서고 전단 살포 저지에 나섰다. 트랙터에는 ‘북한의 소음방송 민통선 주민 못 살겠다’ ‘우리도 좀 살자’ 등 대북전단을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으로 잠도 못 자고 농사도 못 짓는 등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위협받고 있는 삶을 지키기 위해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나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앞서 파주, 연천, 김포 등 접경지 3개 시·군을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날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전단 살포를 단속했다.
특히 네덜란드 출장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화상 긴급 영상회의를 열고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에서 주민 안전을 최우선 도정 목표로 할 것을 지시하며 오 부지사를 현장에 급파했다.
도는 경찰·소방 등 유관 기관과의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 등 비상 대응체계 수립에 만전을 다하고, 파주 이외의 대북전단 발송 가능지역에 대한 순찰 강화에도 나섰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사법경찰과 도지사가 살포행위를 하지 말라고 협박해 행사를 취소하고, 오늘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다시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할 계획”이라면서 “이제는 풍선이 아닌 드론을 사용한 행사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납북자가족모임은 대북전단 살포는 하지 않았지만, 드론에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은커녕 생사 확인마저 가로막는 반인륜 범죄자 김정은을 규탄한다(납북자가족모임, 자유북한운동연합)’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매달아 띄웠다.
최 대표는 “경기도지사와 파주시장은 소식지에 반대하기 전에 납북자 문제 해결, 지속적인 도발 중단을 북한에 먼저 요구하라”면서 “납북자 문제는 우리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마땅히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결국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이날 예정된 대북전단 살포는 무산돼 숨을 돌리게 됐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 등으로 주민들의 피해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으로 주민 대부분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왔다”며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민통선 주민들도 인권이 있다. 대북전단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주=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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