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재명 판례’ 인용했다…정읍시장 허위사실공표 파기환송
대법원이 TV토론회 등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학수 정읍시장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 위기에 놓였던 이 시장은 이날 대법원 판결로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31일 이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문제된 표현들은 전체적으로 ‘의견의 표명’에 해당한다. TV토론회 발언의 경우 일방적 공표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앞서 이 시장은 2022년 5월 26~31일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쟁자인 김민영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 시장은 라디오와 TV토론회에서 “김민영 후보가 2001년 구절초공원 인근에 16만7000㎡의 토지를 매입했는데, 왜 구절초공원을 국가공원으로 승격하겠다는 공약을 냈는지 많은 의심이 든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와 카드뉴스를 작성해 배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땅의 약 76%는 1973년 김 후보의 어머니가 샀던 땅을 2005년 증여한 것이었다. 구절초공원은 2016년에 국가정원의 전제인 지방정원 지정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 이미 추진됐다. 이에 김 후보는 이 시장 주장이 허위사실공표라며 그를 고발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7월 이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동산 투기 의혹은 선거인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가 상당해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철저한 확인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의혹을 제기해야 함에도 사실확인 없이 제보자의 제보에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전적으로 공약 검증 차원에서 이뤄진 의견의 표명일 뿐 ‘사실의 공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 역시 이 시장의 발언이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라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 “상대가 대규모 토지 보유한 건 진실…의견 표명으로 봐야”
허위 사실 여부에 대해서도 “김 후보가 토지를 취득해 현재 보유하고 있고, 약 4만㎡는 매매라는 부분은 진실에 부합한다. 허위 부분이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중요 부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토지 일부가 증여인 점에 비춰 진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허위사실이 공표됐다고 볼 수 없다”며 “허위로 인정되는 취득원인(증여) 부분은 선거인의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 시장의 발언이 후보자 TV토론에서 나왔다는 점도 고려됐다. 2020년 7월 있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원합의체 판례가 인용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후보자 토론회에서 질문·답변을 하거나 주장·반론을 하는 것은 맥락과 관계없는 일방적·적극적 표명이 아닌 한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이 시장의 발언이 토론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발언이라고 보고 해당 판례를 적용하지 않았다. 김 후보가 답변 시도를 차단하면서 일방적으로 말하려는 태도를 보인 점에 비춰 “공방 과정의 즉흥적 표현이라기보다, 사전에 준비한 자료를 기초로 일방적으로 의사를 표현한 것과 실질적 차이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시장은 김 후보가 반박하거나 해명할 기회가 주어진 상태에서 TV토론회 발언을 했다”며 “이 시장이 김 후보의 발언을 저지하거나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태도를 취했다는 것만으로 허위사실공표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1·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 위기에 놓였던 이 시장은 이날 대법원 판결로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선출직 공직자가 선출된 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돼 직을 상실한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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