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지나 맞이한 핼러윈 데이에
[정문기 기자]
오늘은 핼러윈 데이다.
핼러윈(Halloween)은 매년 10월 31일마다 돌아오는 기독교도 문화권의 기념일로, 가톨릭에서 천국에 있는 모든 성인을 기리는 축일인 '모든 성인 대축일(Sollemnitas Omnium Sanctorum)' 또는 '만성절(萬聖節)'을 11월 1일로 하는 것에서 유래하여, 그 전날인 10월 마지막 밤을 귀신이나 주술 등의 신비주의와 연관시킨 것이 기원이라고 한다.
'hallow'란 영어의 고어(古語)로 성인(聖人, saint)을 뜻하며, 11월 1일인 만성절(萬聖節, 모든 성인 대축일, All Hallows' Day, All Saints' Day)의 하루 전날인 10월 31일 저녁인 '모든 성인 대축일 전야제'를 뜻하는 'All Hallows' Even(ing)'이 줄어서 'Halloween'이 되었다고 한다.
현대에 들어서 핼러윈 데이는 종교적인 성격보다는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 상업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 날을 거창하게 보내는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까지만 해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었지만, 이후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등의 테마파크에서 성대한 쇼를 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트렌디한 기념일이 된 지 오래였다.
이틀 전은 10.29 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2022년의 10월 29일 이후, 어느새 참사 2주기를 맞이한 날이었다. 여전히 핼러윈 데이를 흥겹게 보낼 수 없는 이유이다.
차마 씹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고통으로 가득 찼었던 하루...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이해 미디어를 통해선 다시 그날의 기억들과 남아있는 문제점, 유가족들의 외로운 싸움이 조명되었고, 애써 마음을 다잡아도 가슴속에서 먹먹하게 밀려드는 깊은 슬픔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날이었다.
그날, 나 역시 발걸음을 옮길 뻔했던 그 주말의 이태원이었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이래서야 다음은 그 희생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고, 혹은 내 부모가, 내 자식이, 내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저 매년 즐기던 축제의 거리였을 뿐인데, 그날의 참사로 희생된 159명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곳을 향했을 것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죽음이 그들 바로 곁에 있었다는 걸, 잠시 후에 나의 곁으로 다가와 내 손을 붙잡고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할 곳으로, 그렇게 훌쩍 떠나버릴 줄 알고나 있었을까.
마지막 인사도, 미처 나누지 못한 대화도, 그 모든 것들을 그토록 허망하게 남겨둔 채 그들은 떠났다. 아무도 그들을 부르지 않았는데, 죽음은 그렇게 조용히 다가와 그들을 데려갔다.
마지막 순간에 스쳤을 그들의 심정… 차마 상상할 수조차 없는 그 두려움과 공포, 못다 한 말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들의 부모, 가족, 친구, 연인… 이들은 이제 남은 삶을, 그날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점차 희미해지는 목소리를 기억하며, 마지막 그 온기를 애써 붙잡으려, 그날의 기억 속에 갇혀 숨 막히는 슬픔을 품고 살아갈 것이다.
꿈에도 모르고 그저 축제의 장을 즐기러 나왔다가 '이게 마지막이구나...' 하는 것을 직감했을 때의 그 심정, 그 159개의 마음들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들에게 연결되어 있는 그들 각각의 부모와 가족, 수많은 지인들의 눈물을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가슴이 아리다.
살아남은 195명의 생존자들 역시 그 삶이 예전과 같을 수 있을까. 그날, 눈앞에서 친구와 연인의 마지막을 목도하며, 몸과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그들의 삶. 악몽처럼 다가오는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을 되새기며 매일매일 그 트라우마를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로선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려 애쓰고 있지만,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여전히 어디에도 없다. 그들이 무책임하게 방기해 둔 자리는 공허한 약속과 답 없는 침묵만이 가득할 뿐이다.
아직 들어가지도 않아 텅 비어있던 대통령의 관저 경비에만 몰두했던 공권력, 썩어빠진 권력의 해바라기들.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스러져가던 그 순간, 두 손을 놓고 뒤돌아보던 책임자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그리고 이태원까지. 이런 대형 사회적 참사가 왜 반복되는지 살펴보면 필경 대동소이한 원인이 나왔다.
이름만 다를 뿐, 우리는 여전히 같은 비극을 반복해오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부끄럽게 반복되는 참사를 만드는 걸까. 그들에게 묻고 싶다. 언제까지 우리는 미리 막을 수 있던 일을 막지 못한 채 이렇게 소중한 생명들을 잃어야만 하는 것이냐고. 이 묻혀진 마음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결국 책임감의 부재와 안전에 대한 무관심, 안전관리 소홀이 반복되는 비극의 근본 원인일 것이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회는 그 고통을 견디며 책임과 변화를 요구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내 잦아들고 정책과 시스템으로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마련되어 있는 안전관리 시스템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이를 무시하며, 사고가 터진 후에는 책임 회피와 간교한 법적 대응으로 가벼운 처벌과 무죄로 풀려나는 꼴을 얼마나 더 보아야 하는가.
더 이상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참사들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기억하며,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온전히 기억하며, 이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끝까지 함께하자고 말하고 싶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안전과 생명에 대한 진정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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