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고전했지만 2나노 GAA로 돌파구 찾기

김형민 2024. 10. 3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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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PC 수요 회복 지연
2나노 공정 확립 경쟁력 강화
낮은 수율 등 풀어야할 숙제

삼성전자는 31일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적자를 겪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을 회복하기 위해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확립에 주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삼성전자는 자사의 파운드리가 "모바일과 PC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했고, 일회성 비용이 증가한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며 "주요 응용처의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다양한 응용처 확대와 2나노 GAA 양산성 확보를 통해 고객 확보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설명회에서도 "당사 2나노 GAA 공정은 모바일과 HPC 응용에 최적화된 플랫폼 기술로 개발 중"이라며 "공정 성숙도 개선과 IP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2025년 제품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주요 고객사에서 당사 2나노 GAA PDK 및 설계 인프라를 이용해 고객 제품화를 염두에 둔 성능 파워 면적을 평가하고 있다"며 "특정 고객의 경우 MPW(한 웨이퍼에 여러 업체의 설계를 동시에 올려 테스트하는 방식)를 통해 제품에 들어가는 주요 IP 및 실리콘 특성을 평가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2022년 7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 기술을 3나노 공정에 도입했지만 수율 문제 등으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최근 GAA 기술을 2나노 공정으로 적용하는 전략을 선택해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이러한 방향성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2나노 공정에서의 기술적 돌파구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부와 협력해 고대역폭메모리(HBM)용 ‘버퍼 다이(Buffer Die)’ 솔루션 개발을 통해 신규 고객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버퍼 다이는 HBM 칩 하단에서 데이터 전송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장치로, 이를 통해 HBM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투자 규모가 축소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송태중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실적 설명회에서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라인 전환에 우선순위를 두고 파운드리 투자를 운영 중"이라며 "올해 캐펙스(CAPEX·시설투자) 규모는 감소할 전망이며 수익성을 고려해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파운드리 시황과 관련해 "3분기 시장은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팅(HPC) 수요 증가에도 모바일 및 PC 응용처 수요 회복이 기대에 못 미쳤다"며 "4분기도 주요 응용처 시황 반등 지연으로 고객 수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올해도 조 단위의 적자가 예상되면서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객사들의 수주가 아직 적고 낮은 수율도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세계 시장에선 올해 2분기 점유율이 11.5%로, 1위 TSMC(대만·62.3%)와는 50.8%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사정이 어려워지자, 외부에선 삼성전자에 분사 등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처분을 권하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은 파운드리 분사설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확실한 선을 긋고 "성장을 갈망한다"고 강조했다. 파운드리 사업을 계속 밀고 가겠다는 확고한 방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다음 달 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정기 인사도 관심거리다. 삼성전자는 경영 위기를 극복하겠단 각오를 인사를 통해서 드러낼 방침인데, 파운드리사업부가 인적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1순위 부서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의 향방도 중요해 보인다. 업계에선 장차 삼성전자가 미국의 글로벌 테크 기업들로부터 많은 주문을 받기 위해선 테일러 공장의 완공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회사 사정에 따라 현재 테일러 공장과 관련해서 파견됐던 인력들을 대거 철수시키고 완공 시기를 2024년 말에서 2026년으로 미룬 상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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