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로 챙긴 6900만원... '실속'의 승리였다
[김종수 기자]
▲ 앤서니 에르난데스(사진 오른쪽)는 끈적한 진흙탕 싸움을 통해 미첼 페레이라를 쉴 새 없이 압박했다. |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후자는 끈적끈적하다. 뭔가 타격은 어정쩡하지만 상대에게 집요하게 달라붙어 넘겨뜨려 자신에게 유리한 포지션을 장악한다. 그래플링 싸움으로 경기가 진행되면 쉴 새 없이 압박하고 서브미션을 시도한다. 근거리에서의 진흙탕 싸움에 능한 유형이다. '누가 더 강하냐?'고 묻는다면 상당수는 전자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시각적인 면에서 훨씬 임팩트가 크기 때문이다. 액션 영화를 찍는다고 해도 비중있는 역할은 전자의 몫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떨까?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에르난데스 vs. 페레이라' 대회 메인이벤트가 그랬다. UFC 미들급(83.9kg) 랭킹 14위 미첼 페레이라(31·브라질)는 전자, 13위 앤서니 에르난데스(30·미국)는 후자 유형이었다. 랭킹도 비슷하고 그야말로 진검승부였다.
실속의 에르난데스, 화려함의 페레이라에게 완승
페레이라는 국내 격투 팬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하다. 국내 단체 로드FC에서 활약했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게임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문설트 같은 기술들을 구사하며 세계적 유명세를 탔고 이를 기반으로 UFC에 진출했다. 초반 지나친 서커스 동작으로 체력이 소진돼 어이없이 패하기도 했지만 이후 전략적 파이팅을 추가하며 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 장기전의 달인 앤서니 에르난데스 |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랭킹은 물론 파이팅 스타일에서도 차이가 큰지라 승부의 향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5라운드 경기인 만큼 체력이 승부의 핵심이 될 걸로 예상됐을 뿐이다. 특히 페레이라는 과거 체력 문제를 드러냈던지라 이 부분이 변수가 지목됐다.
에르난데스도 "페레이라는 3라운드에 들어서면 경기력이 정말 별로다. 그는 체력이 떨어지고, 나는 체력이 유지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내가 피니시할 거다. 내게 그는 완벽한 상성이다"며 그 부분을 집중 공략 할 뜻을 드러냈다.
페레이라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평소에도 열심히 체력 훈련을 한다. 상대를 지치게 만들어 승리하는 스타일인 에르난데스에게 나는 가장 어려운 상대가 될 것이다. 열심히 5라운드 경기를 준비했지만 이 경기가 5라운드까지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4연속 피니시를 노리겠단 뜻을 밝혔다.
경기전 예상대로 승부를 가른 것은 체력전이었다. 에르난데스는 경기 초반 페레이라에게 강력한 프론트 킥을 맞고, 보디 펀치를 허용하는 등 스탠딩 싸움 상황에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회피 동작과 클린치를 통해 살아남은 후 끈적끈적한 근접전을 통해 불리했던 흐름을 어렵지않게 뒤집었다.
페레이라의 선전은 거기까지였다. 잠깐 당황했던 에르난데스가 페이스를 찾자 일방적인 경기가 진행됐다. 페레이라는 에르난데스의 계속된 그래플링 공격으로 경기 시작 2분 만에 지쳐 헐떡였다. 에르난데스는 경기 흐름을 본인 마음대로 밀고 당겼다. 매 라운드 페레이라가 최초 테이크다운 시도는 막아냈지만, 이어지는 체인 레슬링에 결국 그라운드로 끌려 내려갔다.
에르난데스는 29번의 테이크다운 시도, 97번의 그라운드 타격, 유효타 차이 128대라는 UFC 미들급 신기록을 세우며 페레이라를 압도했다. 결국 5라운드 2분 22초에 에르난데스의 끝없는 그라운드 타격을 보다 못한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페레이라가 저항하지 못하고 무방비로 맞고 있었기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에르난데스는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이번 주 내내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에게 "난 챔피언 벨트에 도전할 준비가 됐으니 타이틀샷을 가져다줄 상대를 달라"고 요구했다. 경기 전날 생일이었던 에르난데스는 진행자의 생일 축하에 "보너스를 받을 준비가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결국 에르난데스는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를 받아 생일선물로 5만 달러(한화 약 6900만 원)를 챙겼다. 눈이 번쩍일 만한 화려함과 다소 투박해보이는 진흙탕 압박의 싸움은 후자의 승리로 끝이 났다. 물론 이날 경기가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다른 선수끼리 경기가 펼쳐진다면 승패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여지는 퍼포먼스가 전력으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증명된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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