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7년 기술 담았다"…차세대 수소차 첫선

최대열 2024. 10. 3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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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콘셉트카 '이니시움' 첫선
1990년대부터 수소차 연구
수소탱크 용량 늘리고 스택 개선
1회 충전 650㎞ 이상 주행 가능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31일 첫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 출시를 앞둔 넥쏘 후속 모델에 들어갈 신기술이나 디자인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모델이다.

1990년대부터 수소차 연구를 시작해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양산하고 시중에 공급한 경험을 녹였다. 수소가 ‘깨끗하고 공평한’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만큼 수소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이동수단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널리 쓰는 방향도 추진키로 했다. 현대차가 올 초 공개한 수소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왼쪽), 이상엽 부사장(오른쪽 두번째) 등 개발임원들이 31일 경기도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INITIUM)’을 최초로 공개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장재훈 현대차 대표는 이날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공개행사에서 "올해 초 선보인 수소 가치사슬 사업 브랜드 H투(TWO)를 통해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모든 단계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수소 분야 선도사업자로서 수소차 시장을 더 크게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한 콘셉트카에는 주행거리와 출력 등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2세대 연료전지스택을 가다듬었다. 수소탱크 저장용량을 늘렸고 휠·타이어 저항을 낮춰 한 번 충전으로 65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현재 판매 중인 넥쏘의 항속거리(609㎞)보다 길다. 연료전지시스템과 배터리 성능을 손봐 모터 최대 출력은 150㎾다. 마찬가지로 넥쏘(113㎾)보다 개선됐다. 그간 수소 승용차를 판매하면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반영했다고 한다.

디자인 콘셉트는 ‘아트 오브 스틸’, 즉 철이라는 소재를 부각했다. 순수하면서도 단단한 점이 수소와 맞닿아 있는 것을 반영했다. 램프 디자인은 현대차그룹 수소사업 브랜드 ‘H투’를 형상화했다. 수소차에만 적용하는 디자인이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수소전기차를 택하는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선도자로서의 자부심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수소 충전소를 효율적으로 경유할 수 있는 길안내 기능, 야외 활동 시 차량 전력을 가져다 쓸 수 있는 V2L 기능도 적용했다. 전기차에 특화한 기능이다. 에어백을 9개 설치하고 구조를 강건하게 해 충돌안전성능도 높였다.

31일 경기도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현대자동차 수소콘셉트카가 공개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이번에 공개한 수소 콘셉트카는 현대차의 수소 생태계 구축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 전담조직을 새로 만들어 수소전기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2000년 미국 연료전지 업체 UTC파워와 6개월에 걸쳐 수소전기차를 공동 개발해 처음 선보였다.

2004년 독자개발 스택을 쓴 수소차를 개발했고 이듬해 환경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수소차 기술을 가다듬었다. 그렇게 해서 2013년 나온 게 세계 첫 양산형 수소전기차 투싼 iX 퓨얼셀이다. 5년 뒤인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를 출시했다. 내년에 나온다면 7년 만이다.

수소차 개발과 함께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전기차도 안 팔리는데 그보다 비싸고 불편한 수소차가 시장에서 통하기 힘들 것이란 시각을 불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완성차 회사 가운데 수소전기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곳은 현대차를 포함해 도요타, 혼다, BMW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중국에선 트럭 등 상용차를 중심으로 최근 활발해졌다. 상용차는 일정한 거점에만 충전소를 갖추면 돼 단기간 내 보급을 늘리기가 쉽다. 이베코 등 일부 유럽 제작사는 현대차와 수소 버스·밴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상엽 현대자동차 부사장이 31일 경기도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수소콘셉트카 공개행사에서 내년 하반기 양산 될 신형 수소콘셉트카를 선보이고 있다. 조용준 기자

장재훈 대표는 이와 관련해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이종산업과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적용 범위를 늘려 수요가 많아질수록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그만큼 수소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고 봤다. 장 대표는 "지난 27년간 현대차가 흔들림 없이 도전하고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수소의 가치에 대한 올곧은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수소는 미래 세대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일 뿐 아니라 접근성이 높고, 따라서 공평한 에너지로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수소가 쓰이는 세상을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양=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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